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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높아져 현대전에 “유리”/미군 구성과 전투력 분석(페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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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혼자 53%… 신중하고 군기잡혀/흑인늘어 일부선 흑백차별 비난
페르시아만 다국적군에 투입된 미군의 구성요소가 월남전때와 여러모로 다르다. 연령과 학력이 높아지고,흑인비율이 커졌으며 여성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렇게 달라진 병력구성이 본격적 전쟁과정에서 전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군 당국은 물론 모두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일단 미군당국은 전문조사팀들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 달라진 파병병력의 전투력이 과거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사병들의 평균연령이 월남전때보다 높은 것은 전투능력 향상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분석작업에 참여했던 노스웨스턴대 군사사회학자 찰스 모스코스박사의 견해를 근거로 하고 있다.
또 브루킹스 연구소 마틴 빈킨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젊고 미혼인 군인들이 나이가 많은 기혼 군인들보다 위험을 각오하고 전투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람보」같은 영웅보다 소시민이 전체적 전투능력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차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혼자 비율이 월남전 당시 38%에서 53%로 늘게 됨으로써 성문제등과 무관할 수 있으며 좀 더 예의를 갖춤으로써 명령계통이 흐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도 고졸자비율이 월남전때보다 85%에서 95%로 높아진 것은 복잡한 기능을 요하는 현대장비를 다루는데 훨씬 유리하며 흑인비율이 14%에서 31%로 두배이상 높아져 월남전 당시 큰 골칫거리였던 부대내 흑백갈등이 상당히 사라진 것도 낙관적인 분석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들은 미군들이 페르시아만 지역에 파견되기전 실시한 모의전투를 통해 일단은 입증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쿠웨이트 접경지역 최전방에 배치된 제3기갑연대는 미국 모자브 사막에서 87년 이래 실시한 세차례의 전투훈련에서 소련식 전술을 구사하는 모의 적군들에 패배한 적이 한번도 없는 승리전과를 갖고 있다.
이 부대 연대장 더글러스 스타 대령은 『과거처럼 징집된 군인들이 아닌 지원병으로 부대가 구성되어 있어 구성원 하나 하나가 자신의 임무를 잘 파악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같은 낙관론을 부정하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기혼자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고국에 두고온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늘어난 것은 오히려 전쟁에 유리하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또 지원병 제도가 징집제도보다 자발적인 업무수행능력을 높여준다고 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명령복종형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훨씬 편안한 환경속에서 가벼운 훈련을 받으면서도 불평은 더 많다. 또 여군비율이 월남전 당시 1·5%에서 11.4%로 높아진 사실도 결코 전투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간주되진 않고 있다.
지원병 제도에 따라 입대한 군인들 대부분은 평화시에 군대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교육기회등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 입대한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설마 전쟁에 자신이 투입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한 지금 다소 당황한 모습이다.
그밖에 흑인비율이 높아지면서 부대내의 흑백갈등은 현저히 줄었지만 전쟁발발 수개월전부터 미국사회에는 군대의 흑인비율이 높아진 사실 자체가 보다 근본적인 흑백차별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 전체에서 흑인비율은 13%에 불과한데 미 공군의 흑인비율은 20%,이번 전쟁에 가장 많은 수가 동원된 육군·해병의 흑인비율은 31%에 달해 전쟁으로 인한 흑인의 사망률이 대단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최근 흑백차별 주장의 논리다.
결국 현재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군이 현대적 장비를 갖추었다는 점을 제외하고 과거 월남전때 보다 훨씬 좋은 인력자원을 갖춰 전투력이 향상되었는지 여부는 『전쟁을 통해 사상자가 발생할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군대사회의 통설을 믿어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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