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 매우 중요" 94% 아니라 4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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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트라'라는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고 있는 바이엘헬스케어코리아(이하에선 '바이엘'로 표기)가 '한국 여성 성의식 수준 세계 최고'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상당수 언론들은 이 보도자료를 보고 그대로 받아 보도했습니다. 바이엘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18세 이상 한국 여성들에게 질문한 내용과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How important is sex in your life?
Very important 43%
Somewhat important 51%
Not very important 5%

"귀하의 삶에 있어서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하느냐"고 물었는데, 43%가 '매우 중요', 51%가 '약간 (혹은 다소)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성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것은 한국 여성 94%가 아니라 43%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바이엘은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바이탈섹슈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성생활의 중요성' 부분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6%,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86%, 그리고 한국 여성의 94%가 성생활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대답해 한국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성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와 다르게 보도자료를 만든 것이죠. 결국 "전체 응답자의 76%,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86%가 성생활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대답했다"는 표현도 잘못된 내용일 것입니다. 바이엘 입장에선 한국 여성을 비롯해 세계 여성들이 성생활을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에 '레비트라'라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었겠죠. 잘못된 보도자료로 말입니다.

문제는 바이엘이 제공한 기사가 언론사 닷컴 사이트와 포털 등에서 매우 높은 클릭 수를 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클릭 수만 올릴 수 있다면 잘못된 자료라도 얼마든지 갖다 쓰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성생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43%면 기사가 될 수 없었을까요.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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