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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나서는 「UR 협상」|15일 대사급 회의 앞둔 각국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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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간의 농업부문협상 결렬로 연기됐던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오는15일 대사급 대표회의로 재개된다.
이번 대사급 회의에서 합의 방향이 굳어지면 다시 각료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다. 브뤄셀 협상 결렬후 미국과 EC는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그 입장차이는 서로가 받아들이기에는 큰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15개부문에 걸친 협상의 일괄타결보다는 「작은 합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연장전을 앞둔 미·EC·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농업부문을 중심으로 재점검 해 본다.【편집자 주】
미국
농업보조금 삭감에 대해 미국은『EC가 양보하지 않는 한 교섭을 재개해 봐도 시간낭비』 (야이터 미 농무장관)라며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수치는 협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통상대표부 간부)이라며 전보다는 훨씬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삭감률에 얽매이지 않겠지만 구체적인 대폭삭감 약속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농업부문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UR는 실패라며 농업부문 타결에 관심을 접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농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대폭삭감을 어떻게든 얻어내려는 것은 수출농산물의 가격인상과 물량확대뿐 아니라 삭감 관철을 통해 농산물 수출국등 개도국에 서비스등 분야에서 미국의 주장을 받아 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계산이다.
미국은 재개될 협상에서 헬스트롬 가트 농업분과외원장이 제안했던 시안이 EC와의 교착상태를 풀어주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UR가 실패해도 가트체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UR타결에 매달리지 말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만약 UR가 실패하면 보일온두역주의가 심화될 것이라고 협상국들을 위협하는 한편 미 상법 제301조에 의한 통상보복과 중남미와의 자유무역권 추진등 UR가 실패할 경우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수출농산물 물량제한등 유연 대응EC 브뤼셀 각료회의가 끝난 이후 EC 내에는 미국의 위압적 교섭 태도에대한 반발이 크게 일었다.
온건파로 알려진 영국의 거머 농무장관까지도『미국의 성급함이 UR의 중단을 초래했다』 고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들로르 EC집행위원장은 『합의 실패 원인은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게 강했으며 미국이 참가국을 선동, EC를 마치「전염병환자」처럼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EC정상회담에서 12개 회원국 정상들은 폐막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UR의 성공을 위해서는 균형적 양보에 입각한 포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EC의 입강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EC는 이미 브뤄셀회의 막바지에 타협안을 제시한바 있다.
이는▲보조금을 받는 수출농산물의 물량제한▲시장접근 분야에서 3%의 시장접근 허용등을 글자로 하고 있다.
현재 EC내에는『EC의 타협안을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철회하고 원래제안 수준으로 돌아가자』(프랑스)는 강경론과 『헬스트롬안을 토대로 EC의 입장을 새로 정리하자』는 의견이 맞서있다.
헬스트롬안이 미국의 입장에 치우쳐 있어 UR 재개후의 교섭은 EC의 타협안을 기본으로 하자는게 대세 이지만, 재개후 교섭에선 뭔가 합의에 도달하자는 분위기가 미국 못지않게 강해지고 있다.
농업 보조금은 EC의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고, 파국의 책임은 피해야 한다는데 회원국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뤼셀회의 결렬 후 EC는 스페인의 대미 수입기한을 연장하고 미국이 찬성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삭감하는 대신 이를 소득보상으로 바꿔가는 공통농업정책 수정안을 내놓는등 미국에 대해 양보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윌7일 브뤼셀에서 5일간 열린 우루과이라운드 각료회의가 성공없이 끝났을때 칼라 힐스 미무역대표가 회담장을 나오며『협상은 연기됐을 뿐』이라고 보도진에 말하고 있다.
일괄보다 「작은합의」 가능성전망 UR협상전망에 대해 현재로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UR협상이 끝내 실패할 경우 협상국 모두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있기 때문에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들은 또 농산물 협상에서 미국이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농산물 부문에서 최소한의 양보를 해주고 지적소유권이나 서비스등 여타부문에서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속셈에서 나온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에대해 비관론자들은 농업보조금 삭감과 관련,미국과 EC가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그 격차는 서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현격하기 때문에 타결에 이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미· EC의 제안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최후의 선」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페르시아만 사태가 브뤼셀 각료회의에서 EC의 협력을 구해야하는 미국의 발목을 잡았던 것과 관련, 페르시아만 사태의 해결여부가 UR의 성패를 결정할 중요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있다.
많은 관측통들은 농산물 협상과 관련, 헬스트롬 농업분과위원장이 제시했던 중재안이 이번 협상을 물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들은 UR협상이 완전결렬이나 파국보다는 중재안을 바탕으로 정치적 타협을 통해 어떤 형태든 결론을 유도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영렬기자>
개도국
『머나먼 5천㎞를 여행해 여기에 도착한 우리들이 느끼는 것은 억울함 뿐이다』(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대표).
브뤼셀회의 결렬 직후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등 70여개 개도국 대표들은『협상기간 내내 미·EC에 끌려만 다녔다』며 구미주도의 교섭결과·결말에 입을 모아 불만을 터뜨렸다.
농업·섬유·열대산품등의 관세인하를 이뤄내고 싶지만 지적소유권·서비스무역등 신분야의 교섭에는 응하고 싶지않은 것 이 개도국의 속셈이다.
개도국은 이번 UR의 중단이『개도국의 결속을 강화 할 시간을 주었다』(인도 스와미상무장관)며 재개후의 교섭에서는 보조를 맞춰 구미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개도국들이 가장 우려하는것은 UR가 실패할 경우 강화될 미국의 쌍무협정을 통한 개방압력, 그리고 구미의 경제블록화 움직임이다.
특히 선진국에 대한 공엄제품 수출로 경제성장을 꾀하는 국가들은 EC·북미자유무역지대가 블록화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한국등 일부 개도국은 UR가 실패할 경우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개방예외 품목을 대폭 줄이는 등 재개될 UR에서의 협상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개도국들은 UR의 전망에 주목하는 한편 산업구조의 조정과 경쟁력의 강화등 어떤 형태든 새로 개편될 무역질서 속에서의 생존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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