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조직윤리 바로잡아야" 노 대통령 '직격탄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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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은 4일 "열린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우리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3일 출국에 앞서 이 글을 작성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태호 정무비서관을 당으로 보내 노 대통령의 편지를 직접 김 의장 등 당 지도부에 전달하면서 "당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여당 내 통합신당 논의와 관련, "이 문제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고도 언급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글에 대해 "노 대통령이 최근 여당 지도부가 통합신당을 위해 추진 중인 프로그램들을 전면 거부하면서 평당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를 막아줄 것을 촉구하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번 주말까지 의원들을 상대로 통합신당의 방향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해 이를 바탕으로 9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할 방침이었다. 이에 맞서 친노 직계 세력은 '전국 당원 대회'를 10일 소집해 놓았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갈등과 충돌은 국회의원, 중앙당 차원에서 전국의 평당원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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