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 평화」 최후의 설득/케야르 유엔총장 왜 바그다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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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라크 불침」내세워 철군 권유/결정권 없어 성과얻는덴 한계
세계의 이목이 페레스 데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의 바그다드행에 쏠리고 있다.
미­이라크간의 9일 제네바외무장관회담이 실패로 끝나고 페르시아만 위기가 화전길목선택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다른 협상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그의 바그다드행은 페르시아만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케야르총장은 9일 베이커­아지즈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성과없이 끝난직후 바그다드행을 발표 했으며 12일 바그다드에 도착,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라크지도자들과 회담할 예정이다.
그가 바그다드에 가지고 가는 협상 보따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어떤 중재 임무도 부여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 해결책보다는 페르시아만 전쟁을 피하기위해 유엔범주안에서 할 수 있는 내용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시할 안으로는 유엔평화유지군 감시하에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이 철수하고 사우디주둔 미군을 국제다국적군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주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은 사실상 쿠웨이트와 사우디에서 적대세력들을 유엔군으로 대체시킴으로써 전쟁을 예방하고 이라크철수후 이라크에 대한 불침약속을 보장하는 것이다.
유엔감시하의 이라크 철수는 또 해방된 쿠웨이트가 유엔감시하에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를 부여하게될 것으로 유엔관측통들은 보고있다.
또한 케야르총장은 개인적으로 지난해말 유엔안보리의 대 이스라엘 규탄결의안을 상기시키며,이라크가 평화적으로 철수하면 이스라엘 점령지 문제등을 다룰 중동평화국제회의의 유엔주도 가능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야르총장의 이같은 제안이 이라크의 평화적 철수를 가져오도록 이라크 지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라크는 쿠웨이트가 전통적으로 이라크 영토이고 이 문제는 전 중동문제와 연계시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도 케야르총장에게는 양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다.
유엔이 무조건철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는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이라크가 미국과 유착되지 않은 제3세계출신의 세계평화기구인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에는 체면을 깎이지 않고 양보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케야르총장은 12일 바그다드에 도착하면 유엔최종철수시한인 15일까지 머물면서라도 이라크지도자들을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케야르의 중재협상은 그 자신이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약점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평화 유지군 감시하의 이라크군 철수는 이라크의 동의만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주둔 미군의 다국적군으로의 대체와 이라크철수후 중동평화국제회의 등은 미국이 쉽게 수용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케야르 총장이 미국의 양보약속을 받지 않았다면 이라크도 결정권없는 그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을 비롯,미국의 다른 세계지도자들은 케야르총장의 바그다드 방문에 어느정도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유엔=박준영특파원>
◎케야르 사무총장/페루외교관… 끈질긴 협상능력 평가
케야르 유엔사무총장(70)은 페루의 변호사출신 직업외교관이다.
20세때 페루외무부에 들어가 외교관생활을 시작한 그는 46세에 외무부차관을 거쳐 주소·스위스·폴란드 등 대사를 지냈고 페루대학에서 국제법을 강의하며 『국제법입문서』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한 학구파다.
그는 71년 유엔대표부대사를 지냈고 79년부터 2년간 유엔특별정치담당사무차장으로 발탁되었다가 82년 1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이래 두번째 임기를 맞고 있다.
그가 유엔외교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73년 키프로스위기당시 안보리의장으로서 보인 중립적인 중재솜씨 때문이었다.
학자와 외교관답게 냉정하고 조용하며 끈질긴 협상능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유엔에선 너무 조용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말을 절약하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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