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심장 우리 손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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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의 전북 군산 디젤 엔진 공장 근로자들이 생산 라인에서 디젤 엔진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윈스톰과 토스카 디젤에 장착되는 2000㏄급 엔진을 시간당 최대 50대씩 생산한다.

전북 군산시 GM대우 공장. 라세티.레조 등을 만드는 이 공장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지난 6월 준공한 디젤 엔진 공장 덕분이다. 연산 25만 대 규모인 디젤 엔진 공장에선 GM대우가 6월 출시한 윈스톰과 지난달 출시한 토스카 디젤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GM 브랜드로 유럽 등지에서 파는 두 차가 인기를 끌면서 엔진 공장은 최근 평일에 3시간씩 연장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 특근까지 하고 있다. 내년엔 올해 세계 시장에서 GM 브랜드로 18만여 대가 팔린 '월드카' 라세티에 들어가는 디젤 엔진도 생산한다. 1997년 바다를 메꾼 수백만 평 매립지에 덩그러니 지어져 있던 군산 공장이 글로벌 자동차의 심장을 만드는 핵심 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글로벌 기술력 집약=군산 디젤 엔진 공장 근로자들은 GM대우 내에서도 자부심이 남다르다. 올 초 군산 공장 내에서 100명 가량을 선발할 당시 경쟁률이 4대 1에 달했을 정도다. 김선홍 엔진부장은 "GM과 GM대우의 핵심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직원들의 의욕이 대단하다"며 "새로운 설비를 익히는 각종 시험을 통과하느라 기숙사에서 밤샘하며 공부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가변형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VCDi) 엔진은 실제 글로벌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이탈리아 엔진 설계 회사 VM모토리의 엔진을 베이스로 GM대우와 GM파워트레인의 기술과 독일 보쉬의 커먼레일 기술 등을 접목해 만들었다. 이 엔진은 유로Ⅳ 환경 기준을 맞췄고, 출력은 국내 동급 최강인 150마력을 낸다. 엔진에 대한 모든 권리는 GM대우 소유로, 부품 국산화율은 92%가 넘는다. 특히 GM대우는 이 엔진의 원천 기술을 제공한 VM모토리에 요트 용 엔진 수천 대를 역수출하기도 했다.

내수 시장 부활도 기대=유럽 시장에선 승용차 두 대 중 한 대가 디젤차일 정도로 디젤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국내 디젤차 시장은 아직 냉랭하다. 차량 가격이 가솔린 차보다 200만~300만원 정도 비싼데다 디젤 엔진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디젤유 값이 가솔린의 85%까지 오른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한국 소비자는'시끄럽고 순발력이 떨어지며 환경에 좋지 않다'는 십수 년 전 이미지로 디젤 엔진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젤 차의 연비와 친환경성, 높은 출력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GM대우 군산공장을 이끄는 신양호 전무는 "출력과 정숙성에서 만족스런 수준에 도달한 토스카 디젤이 현대차 쏘나타 디젤 등과 경쟁하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군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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