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팔로우업 퀘스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김필규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특검 보고서에서 당신을 ‘기억력 나쁜 노인’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가 뭘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당신의 기억력은 얼마나 안 좋은 것인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순 있나?
“당신이 질문하도록 내버려 둘 만큼 기억력이 안 좋은 것 같긴 하다.”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1]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1]

석 달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폭스뉴스 기자와 조 바이든 대통령 간에 오간 질의응답이다.

기자는 불편한 질문을 연거푸 던졌고, 대통령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든 질문에 답을 했다.

백악관 회견장에선 이런 후속 질문(Follow-up Questions)이 일반적이다. 상대가 대변인이든, 국가안보 보좌관이든, 대통령이든 마찬가지다.

손 치켜들고 차례 기다리던 다른 기자들도 동료가 후속 질문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다. 또 질문 하냐며 불평하거나 핀잔 주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한번 받은 질문권은 보통 후속 질문 2~3개까지 포함한 패키지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래야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질문의 ‘빌드업’을 통해 원하는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질문의 주제를 한정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난달 11일 미·일 정상회담 후 열린 합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온 첫 질문은 ‘고물가 대책’이었다. 남의 나라 정상을 세워두고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이를 문제 삼거나 간섭하는 백악관 직원은 없다. 이래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짧은 시간에 가장 뜨거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답하는 사람 역시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법한데 곧이곧대로 답을 한다. 그만큼 잘 준비됐고, 그래서 밀리지 않는다는 일종의 메시지다.

이런 문화에 익숙할 외신 기자들이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느꼈을 실망은 이해가 간다.

‘북·러 군사협력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이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오랜 세월 우리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는 정도의 답변을 들은 BBC 서울 특파원은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선 동문서답이 여러 번 반복됐다. 4개 분야를 기계적으로 나눠 진행한 탓에 정말 궁금한 현안에 대해선 충분히 질문할 수 없었다.

후속 질문이 가능했다면, 질문 분야를 한정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아쉬움이다.

회견을 끝내며 “앞으로 이런 기회 더 자주 만들겠다”고 했으니, 다음은 진일보한 기자회견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