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결정 때 일부 병원단체는 3000명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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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의대 증원 백지화’가 의료계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관련 자료에 따르면, 증원 규모 2000명을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서 참석자 23명 중 의사 위원 3명을 포함한 4명은 증원 규모 2000명은 반대했지만, 증원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일부 병원단체는 3000명 증원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제기한 의대생·교수·전공의 측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3일 정부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증원 근거 자료 일체를 언론에 공개했다. 법원은 오는 17일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법원에 제출한 자료 중에는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정심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문건 47건과 별도 참고자료 2건 등이 포함됐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6일 열린 보정심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을 의결했는데, 25명 중 23명 위원이 참석했고 19명이 찬성했다. 의사 위원 등 4명은 “(폐교한) 서남대 같은 학교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이라며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 반대했다. 하지만 의사 위원 중 일부는 의대 증원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굉장한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발언한 위원도 “2025년에는 한국의과대학협회가 제시한 350명, 많아야 그 두 배인 700명 정도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증원하자”고 제안했다. 또 다른 위원은 “500명 이상 1000명 정도까지 증원하는 것이 맞다”고 발언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대한의학회는 이날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근거에 대해 “(법원에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정부는 수천장의 근거자료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는 없었다”며 “의료계는 통일된 목소리로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수없이 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으나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논의된 바 없었고,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며 시급히 진행한 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돼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보정심은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방식이 아니며,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한 끝에 안건 의결에 이견이 없음을 확인하고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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