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팔팔 끓였는데, 식중독 걸렸다…당신이 놓친 2시간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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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대비 식중독 주의보

손 씻기·조리도구 세척 자주 해야
냉장고 5도, 냉동고는 -18도 적정
냉동·해동 반복하면 미생물 번식

기온 상승과 함께 세균성 식중독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때다. 이맘때부터 배앓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은 채소류와 달걀·생닭, 국물 있는 고기 요리인 곰탕·갈비찜 등이다. 세척을 충분히 하지 않고, 식재료를 만진 다음 손 씻기를 소홀히 하는 습관이 문제다. 한번에 많은 양을 조리해 두고 상온에 뒀다 먹거나 얼린 고기를 상온에서 해동하는 것도 균이 좋아하는 환경이다. 식중독은 대개 설사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유아, 면역 저하자, 과로로 육체 피로가 심한 사람은 식중독으로 인한 장염이 심한 탈수 증세와 패혈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5월 14일 식품안전의 날을 맞아 봄·여름에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 예방법을 알아본다.

안전한 세척·조리
쌈채소·샐러드
건강해지려고 챙겨 먹은 채소류가 자칫 식중독을 일으키는 의외의 복병 중 하나다. 병원성 대장균은 주로 샐러드·쌈야채·겉절이 등 익히지 않고 먹는 채소류에 남아 있다가 식중독을 일으킨다. 채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가축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 닿거나 오염된 물로 세척한 경우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된다. 조리 과정에서 사람의 손에 의해 오염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예방 지침에 따르면 채소류는 식초를 넣은 물에 5분 이상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세척하는 게 좋다. 잎이 있는 채소는 흐르는 물만으로는 물이 충분히 닿지 않는 곳이 생겨 꼼꼼하게 씻기지 않는다. 물에 담가 채소의 표면에 물이 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한 뒤 흔들어주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주는 게 좋다. 절단 작업은 세척 후에 한다. 세척한 식재료는 상온에 2시간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기온이 30~35도로 올라가면 병원성 대장균 1마리가 100만 마리로 증식하기까지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균이 만든 독소는 가열해도 문제 될 수 있다. 상온에 오래 둔 샐러드는 아예 먹지 않는 게 낫다.

달걀·생닭

달걀·생닭을 만진 후엔 손 씻기를 철저히 한 뒤 다른 식재료를 다뤄야 한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달걀·생닭을 만진 뒤 손 씻기와 조리 도구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로 발생한다. 특히 날이 더워지면 몸보신을 하려고 생닭을 사 손질, 조리해 먹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식재료를 세척할 때 교차 오염을 예방하려면 세척은 ‘생채소→육류→어류→가금류’ 순으로 한다. 생닭을 씻을 땐 날로 먹는 채소류와 조리 기구에 물이 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칼·도마로 발생하는 교차 오염을 방지하려면 조리 도구도 육류용·해산물용·채소용으로 구분해 사용하면 좋다. 구분해 사용하기 어려우면 사용한 도구는 세제로 씻은 뒤 써야 한다. 사용이 끝난 칼·도마는 뜨거운 물로 소독해 보관한다. 달걀은 다른 식재료와 직접 닿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갈비찜·곰국 등
국물이 있는 고기 요리를 상온에 장시간 두고 먹으면 퍼프린젠스라는 식중독균이 깨어난다. 이 균은 산소를 싫어하고 고기처럼 아미노산이 풍부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75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휴면 상태로 있다가 산소가 없는 약간의 고온(섭씨 43~47도) 환경에서 활동을 개시해 독소를 만든다. 많은 양을 한번에 끓여놓기 쉬운 갈비찜·곰국·카레·닭볶음탕·제육볶음 등이 요주의 식품이다. 상온에 방치하면 천천히 식는 도중에 퍼프린젠스가 깨어나 증식할 수 있다. 고기를 끓이는 요리는 한번에 먹을 양만큼만 조리해 먹는 게 안전하다. 2시간 이내에 섭취하지 않는다면 전기밥솥에 넣고 70도 정도의 보온 모드에서 뜨겁게 보관해 뒀다가 먹거나 여러 용기에 나눠 담아 빠르게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냉장고 보관 요령
식품 보관에는 요령이 있다. 채소류는 흙이나 이물질만 제거한 후 씻지 않고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채소류 표면에는 외부 미생물을 방어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상재균이 있다. 세척을 하면 상재균이 제거돼 유해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줄고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쉽다. 세척한 채소를 보관해야 하면 최대한 물기를 제거하고 밀폐 용기나 비닐 팩 등에 담아 공기를 차단해 냉장 보관해야 한다. 생선 핏물은 생선을 빨리 상하게 하므로 씻어서 밀폐 용기에 보관한다. 식품 안전을 지키는 냉장고 적정 온도는 5도, 냉동고는 -18도다. 냉장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려면 ▶식품은 냉장고 전체 용량의 70% 이하로 채우고 ▶뜨거운 음식은 반드시 식혀 보관하며 ▶익힌 음식은 상단에, 날 음식은 하단에 보관하고 ▶문 쪽은 온도 변화가 크니 금방 먹을 것을 보관하는 게 좋다.

해동의 기술
냉동했던 식품을 안전하게 해동하는 법을 알아둬야 한다. 냉동 상태에서 활동을 멈췄던 세균은 해동 과정에서 다시 증식할 수 있다. 식재료는 1회 분량씩 소분해 냉동하는 게 좋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미생물이 번식하므로 해동한 고기는 다시 얼리지 않아야 한다. 고기와 같은 날것은 냉장고에서 서서히 녹이는 자연해동이 가장 좋다. 조리 6시간 전부터 냉장고에 두면 된다. 표면이 말랑말랑해지면 해동이 끝난 것이다. 실온에서 해동하면 먼저 녹은 표면이 장시간 높은 온도에 방치돼 균이 자라기 쉽다. 온수에 해동하거나 물에 담가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것도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므로 피한다. 급하게 자연 해동할 땐 재료에 물이 닿지 않도록 밀봉한 후 흐르는 물에 해동한다. 전자레인지에 고기를 해동하면 쉽게 녹일 수 있지만 특정 부위만 빠르게 녹거나 고기의 일부가 익기도 한다.

식중독 증상엔 이렇게

설사 정도의 증상이면 수분과 전해질을 챙기면 된다. 설사로 배출한 수분량만큼 충분히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수분·전해질을 동시에 보충해 주는 식품은 소고깃국·미역국 같은 국물이다. 꿀물이나 이온음료에 소금을 약간 타서 먹어도 좋다. 물에 타 먹는 경구용 전해질 보충제를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다. 설사·구토는 몸에서 균을 빨리 배출하려는 과정이다. 하루 5~6번 정도의 설사는 일부러 멈추려 하지 않는 게 낫다. 지사제는 설사가 심해 탈수가 오는 경우 탈수를 예방할 목적으로 적정량 사용한다. 만일 설사뿐 아니라 맥박이 빠르게 뛰고 기운이 없으며 어지러운 증상까지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한 탈수 증상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액 치료 등이 필요하다. 발열과 함께 물 설사가 아닌 콧물 같은 점액변·혈변이 나오면 세균이 장 점막 세포에 감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다. 극심한 복부 통증과 복부 팽만, 직장 통증, 붉은 소변, 구토가 잦아들지 않을 때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식중독의 다양한 원인균과 합병증 발생 여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숫자로 보는 식중독 예방

◦식품 장보기는 1시간 이내에

◦채소는 물에 5분 이상 담가두고, 3회 세척
◦조리 음식은 2시간 이내 섭취
◦식재료 75도·1분 이상 충분히 익히기
◦냉동은 1회 분량씩 소분해 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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