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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중앙 ESG 경영대상] ESG 구호만으론 불충분…투자·성과 공시 요구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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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를 기존 재무제표와 연계함으로써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했다면, 이를 위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 등을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어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에 이어 ‘기업 ESG 경영과 투자자 관점의 ESG 재무중대성 평가’를 주제로 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과거처럼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제언했다.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 공시 등은 기업의 ESG 활동과 재무제표의 연계 보고를 강조하고 있다.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날 패널 토의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류 대표는 “전통적으로 ESG 경영은 규범적 관점에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재무 중대성 관점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ESG 공시의 최근 동향이 궁금하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송 교수는 “전 세계에서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가장 크고 규제 조치가 제일 많은 게 EU일 것”이라며 “향후 ESG 관련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예상하려면 EU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EU에서는 기존 지침보다 강화된 CSRD가 지난해 1월 본격 발효됐고, 역내 기업뿐 아니라 EU에서 영업하는 모든 기업에 공시를 요구하는 게 특징”이라며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데, 향후 한국 기업들도 상당수 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영재 서브틴베스트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류영재 서브틴베스트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ESG플랫폼 파트너는 “미국 SEC 기후 공시는 스코프1(온실가스 직접배출량)과 스코프2(전력·열 사용으로 인한 간접배출량)까지 대상인데, 2026년부터 의무화하려 했으나 반대 소송 등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SEC 기후 공시의 특징은 ‘세이프 하버’라는 일종의 면책 조항이 있는 것”이라며 “기후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정하는 내용이 많기에 공시한 전망이 예상을 벗어나도 소송 대상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 중심의 ‘반(反) ESG’ 움직임과 한국의 ESG 공시 연기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2025년으로 예정돼 있던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상태다.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ESG플랫폼 파트너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권미엽 삼일회계법인 ESG플랫폼 파트너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으로 인해 ESG에 대한 역풍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는 정치적 이슈로 인한 것이고, 미국 내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공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외에 유럽, 일본,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대부분의 나라는 2026년 정도로 공시 의무화 시기를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업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공시 의무화 시점이나 적용 대상이 빠르게 공표돼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ESG 공시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했다. ESG 공시 강화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직접적으로 커지는 반면, 그 편익은 금액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또 기업이 불편한 진실을 축소·외면해 공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불리한 정보를 은폐하면 외부에서 이를 파악하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부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패널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권 파트너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싫은 정보를 최소 공시할 유인은 분명히 있지만, 동종 업계의 기업들이 그런 리스크들을 공개할 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정보를 숨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데이터를 축소 공시할 경우에도 매년 일관되게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면 길게 봤을 때 정보 은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ESG가 하나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향후 발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며 “ESG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라는 시장 실패에 대응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앞으로 더 큰 비용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ESG 경영 그 자체보다는 ESG 공시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그로 인해 가장 걱정되는 게 ‘나쁜 ESG 경영의 좋은 공시’ 사례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위험들을 잘 파악하고 관리하는 게 진정한 ESG 경영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으면 기업은 결국 규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기업들이 보여주기식 ESG 경영에 그칠 게 아니라, 내부의 깊은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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