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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혁 서강대 총장 “재학생들이 시도해 보며 배울 수 있게 학부 연구소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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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강의실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학생들이 뭔가 시도하면서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죠.

서강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부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교수·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실이 아닌, 학부생이 주축이 돼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심종혁 총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과거와 같은 단계별 개념 학습으로는 학생의 잠재 능력을 꺼낼 수가 없다”며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듯, 그렇게 스스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운 게 더 오래 가고, 더 많이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서강대 총장실에서 심 총장을 만나 서강대의 교육 철학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

학문의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배우고 알게 된 것을 지식이라는 개념으로만 갖고 있기보다, 그 지식을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추도록 하는 게 서강대의 전통 중 하나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교육을 하고, 산학협력에 앞장서는 게 그 일환이다. 학부생 연구소도 학문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전통에서 탄생했다. 24시간 열려 있는 공간에서 학생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자유롭게 꺼내서 이것저것 실제로 만들어볼 수 있다.
창업을 잘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상장한 엔젤로보틱스, 이미 유명한 스마일게이트 모두 교내 창업의 성과다. 학생·교원 모두 창업을 꿈꿀 수 있도록 창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생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도 캡스톤(작품을 기획·설계·제작하는 전 과정)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하도록 권장하고, 창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원의 경우 창업 관련 매우 협조적인 인사 제도를 갖고 있는 데다가, 국문과 교수도 지식재산권이 있다면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가 지원해준다.
서강대 학생창의연구소 내 학생창업 및 학부생 연구 공간. 사진 서강대

서강대 학생창의연구소 내 학생창업 및 학부생 연구 공간. 사진 서강대

서강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융합’ 교육의 원조로 꼽힌다. 1960년 개교 때부터 학문간 통섭을 강조한 서강대는 연계전공·복수전공·학생설계전공 등 융합전공 제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했다. 서강대는 18일 성남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칭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평생 교육’과 ‘재직자 고등교육’이라는 새로운 통합 교육 모델을 시도하기로 했다.

판교디지털혁신캠퍼스에선 어떤 교육이 이뤄지나  
산업체 재직자 중심의 반도체 특화 교육 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고교 졸업자 중심 교육만으로 대학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사회적으로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직업으로 일생을 책임지게 되는 것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대학 교육의 역할이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 서강대는 인문·교양 중심의 평생 교육에서 벗어나 전략산업 및 과학기술 중심의 평생 고등교육을 추진하려고 한다. 기업 임직원과 가족은 물론, 지역 주민과 재취업자를 위한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융합 교육을 위해 무전공 선발 제도를 도입한다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내 ‘AI기반 자유전공학부’를 50명 정원으로 신설했다. 얼핏 기존 자유전공학부와 같아 보이지만, 서강대의 AI기반 자유전공학부는 1학년 때 AI·SW 중심 기초교육을 받고 2학년 때부터 본인이 선택한 전공을 아무런 제한 없이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1학년 때 받은 AI·SW 기초 교육을 토대로 새로운 전공을 배우는 것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인문대학, 자연과학대학 내 각각 ‘인문학 기반 자유전공학부’와 ‘SCIENCE 기반 자유전공학부’를 설치할 예정이다.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이 3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심 총장은 병원과의 협력 등을 통해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꾸준히 동문들을 만나 앞으로 학교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의대 유치 등 대학·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대외적 평가, 리더십 부분에서 최근 몇 년간 학교가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동문들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다. 총장 취임 후 동문들 만나서 사과했고, 많이 바꾸겠다고 했다.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다. 우리만 좋은 학교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대외적 평가가 좋아야 좋은 인재가 들어오고, 결과적으로 학교 발전을 더 이끌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의대 유치도 준비 중이라고  
의대 유치는 서강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동문들의 오랜 희망 사항이다. 총장에 취임 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기존에 있는 의과대학과의 협력·연합을 통해 의대를 확보하는 방법, 또는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서강의대로 확장하는 방법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내적으로는 이미 대학 내 바이오 메디컬 부문에서 연구하는 교수들이 상당히 많다.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다른 의료기관과 연구 협력도 꾸준히 맺으면서 내실을 기하려고 한다.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 김종호 기자

심종혁 서강대학교 총장. 김종호 기자

심종혁 총장 = 1974년 서강대 수학과에 입학, 물리학을 복수전공했다. 동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웨스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사목학 석사, 이탈리아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부임해 총무처장, 대외협력처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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