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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살려준 의사들 돌아오게 해달라"…30대 희귀암 환자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육종암 환자 김모(38)씨가 지난 11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입원 안내문에 '2달 이상 수술 대기'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씨 제공

육종암 환자 김모(38)씨가 지난 11일 서울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입원 안내문에 '2달 이상 수술 대기'라고 적혀있다. 사진 김씨 제공

“어찌됐든 저를 치료해준 의사 분들은 저에게 새 삶을 준 고마운 분들이거든요. 이분들이 빨리 병원에 돌아올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육종암 환자 김모(38)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한지 이날로 60일째. 수술 및 치료가 연기된 암 환자들은 암이 전이되지 않을까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씨도 이번 의료공백의 직격탄을 맞은 경우다. 지난해 처음 육종암 진단을 받은 김씨는 서울대병원에서 두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3월 재발 판정을 받았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최소 두달 이상 수술이 밀렸다.

김씨는 “병원으로부터 전공의들이 돌아와도 두달 이상 기다려야 하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언제 수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다리는 동안 재발된 암이 폐나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무서움을 안고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앓는 육종암은 뼈나 연골, 근육·신경·지방 등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앞선 수술에서 한쪽 다리를 절단했고, 암이 혹여 팔로 전이된다면 팔까지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애타는 상황이지만, 육종암은 전체 암의 1% 정도에 불과한 희귀암이라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외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씨는 “나 같은 경우 처음 진단받은 지역 병원에서도 수술을 포기했고, 서울 내 소위 ‘빅5’ 병원 중 한곳에서도 ‘수술불가’ 판정을 내렸었다”며 “서울대병원에서만 희망을 갖고 수술해보자고 했던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져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신속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는 “정부와 전공의, 어느 쪽이든 조금씩 양보해서 제발 나와 같은 환자들이 빨리 수술을 받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희귀암에 걸린 사람은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수나 전공의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분들은 어찌됐든 다른 병원에서 포기한 나를 살려준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조금만 입장을 바꿔 이분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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