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통전문가 64% "용인경전철 수요예측 배상판결 동의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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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전대·에버랜드를 연결하는 용인경전철(용인에버라인)이 선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흥~전대·에버랜드를 연결하는 용인경전철(용인에버라인)이 선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교통분야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용인경전철 사업 실패로 인한 손해에 대해 수요예측을 담당한 연구기관과 연구원들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0% 넘는 전문가들은 해당 판결이 앞으로 교통 수요분석 분야 및 관련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대한교통학회(회장 정진혁 연세대 교수)가 교통분야 전문가 16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용인경전철 판결 관련 긴급설문 조사' 결과다. 대한교통학회는 교통 전문가와 전공자 등 4000여명과 150여개 기관·단체를 회원으로 둔 국내 최대의 교통학술단체다.

 '판결에 동의한다'는 25.6% 

 18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긴급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파기환송심 판결문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25.6%였고, 판단을 유보한 경우는 10.4%였다. 앞서 지난 2월 서울고법 행정 1부는 주민 8명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경전철 사업 책임자들에게 총 1조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하라”며 낸 주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용인시장은 (용인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이정문 전 시장 및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을 상대로 214억여원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라”고 판결했다.

자료 대한교통학회

자료 대한교통학회

 당시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이 “용인경전철을 둘러싼 여러 환경이 많이 변하였는데도 과거의 자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 예상 수요를 (과대) 산출함으로써 용인시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지자체의 민자사업 실패로 발생한 예산상 손해에 대해 공무원은 물론 수요예측을 담당한 연구기관과 연구원들의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전문가들이 해당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교통 수요예측분야는 수많은 변수로 추정값 변동이 큰 탓에 일반적으로 정확성을 논의하기 어렵고, 명확한 지침과 기초자료가 부족한 당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2001년 당시에는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의 표준지침에서 장래 개발계획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래 개발계획 반영은 연구진의 전문가적 판단에 근거한 결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87% "수요분석 분야 위축될 것" 

 해당 판결이 교통 수요분석 분야 및 민자 SOC 사업 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선 응답자의 87%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활성화될 거란 응답은 3.1%였다. 관련 시장이 위축될 거로 예상하는 근거로는 ▶분석가에게 수요추정 결과에 대한 막중한 책임과 부담 전가 ▶해당 판결 사례를 이용한 유사사례 발생 가능성 ▶사업실패 리스크에 따른 민간사업 참여 둔화 등이 꼽혔다.

자료 대한교통학회

자료 대한교통학회

 또 현재 교통 수요 추정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엔▶장래 개발계획의 불확실성 ▶분석결과 도출 이후 사회경제적 여건변화에 따른 결과값 갱신에 대한 요청 ▶사업 당위성 확보를 위한 교통 수요 과다추정 경향 ▶교통 수요추정 연구의 짧은 용역 기간 등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수요예측의 정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용역발주자 및 외부 요인으로부터 연구자의 독립성 확보' '지침과 절차에 근거한 분석결과에 대한 법적 보호' '정부 및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경제성 분석(B/C)의 비중 감축과 정책성 분석에 다양한 요소 고려’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정진혁 회장은 ”파장이 큰 판결인 만큼 이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확인하고, 현행 교통 수요추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향후 수요 예측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긴급설문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의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민자사업의 수요예측 논란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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