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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21대 국회,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으로 ‘유종의 미’ 거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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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4월 16일 기준, 21대 국회는 총 2만6780건의 법률안을 발의했고 그중 1만90건을 처리했지만, 아직 1만6690건이 계류 중이다. 총선이 끝나고 임기 만료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될 것이란 비관론 일색이다.

그중에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꼭 필요함에도 지난 반세기 동안 무책임하게 미뤄왔던 법안이 하나 있다.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의 부지 선정 절차와 함께 주민 의견수렴과 지역 지원을 위한 근거를 담은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안’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각각 2건의 고준위방폐물 법률 제·개정안을 발의했고, 소관 상임위에서 11차에 걸친 논의를 통해 쟁점을 대부분 해소했지만, 아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핀란드·스웨덴·프랑스·스위스 등에서는 고준위방폐장 운영을 앞두고 있거나 부지선정에 성공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속속 거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원전 도입 직후부터 지금까지 법률에 명시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30~40년 이상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선도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과거 중·저준위방폐장 부지 확보 과정에서 경험했던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장기간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별법안 통과를 어렵게 하는 이유로 고준위방폐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을 들기도 한다. 이번 법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노무현 정부)부터 2012년(이명박 정부)까지 사전 준비과정과 박근혜 정부에서 20개월, 문재인 정부에서 21개월간 실시된 공론화 결과에 근거한다. 보수-진보 정부를 망라해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준비하고 논의해 왔는데 얼마나 더 오랜 논의가 또 필요하단 말인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행하면서 또 논의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총선 후 임기 만료까지, 19대 국회는 135건, 20대 국회는 208건이나 안건을 의결했다. 이제 남은 50일 남짓은, 21대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둔 책임감 있는 입법자로 기억될지, 쟁점을 핑계로 다음 세대에게 숙제를 또 미뤄버린 ‘입법 부작위자’로 남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아직 21대 국회의 시간이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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