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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사과 대란’의 올바른 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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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올해 들어 ‘금사과’ ‘애플레이션’ ‘사과 대란’ 등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할 만큼 ‘국민 과일’ 사과값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여러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태의 원인은 지난해 냉해·우박 피해·병충해 등으로 사과 생산량이 약 39만t으로 줄어 평년 소비량 50만t 대비 11만 t가량 부족한 데에 있다. 사과의 식용 소비는 약 45만t 수준이며 나머지는 주스나 잼 등 가공용으로 쓰인다. 식용 사과의 수급 조절을 위해 정부가 가공용 사과 수요를 수입 냉동 사과와 다른 냉동 과일로 대체하기를 권고하고 있어, 신선 사과의 가공용 이용이 줄고 ‘못난이 사과’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저장 사과의 맛이 떨어지는 6월부터는 사과 소비가 복숭아·참외·수박·딸기 등으로 분산된다. 7월에는 조생종 쓰가루 (아오리)가 먼저 나오고 8월부터 홍로가, 9월에는 후지가 본격 출하된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사과 값 문제는 4, 5월이 고비인 바, 전문가들은 이 기간 동안 저장 사과의 시중 공급량이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정부가 바나나·오렌지·파인애플·망고·체리 등 대체 수입 과일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조정하고 물량 공급을 확대하며 3월 들어 사과 판매량이 1, 2월에 비해 40% 이상 줄고 있다.

사과 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 없으니 한시적으로 사과를 수입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생과실과 과채류 등은 수입위험분석 절차에 따라 병충해 안전성이 확보된 후 수입이 허용된다. 식물방역제도는 세계 185개국이 가입한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에 근거를 두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위생·검역조치(SPS) 협정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도록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외래 병충해 유입에 따른 작물생산량 감소, 방제 비용 발생, 타 작물 피해 확산, 국산농산물의 수출제한 등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소비자 피해도 예방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식물검역 절차는 수출국의 요청접수부터 위험평가·위험 관리단계를 거쳐 최종 행정절차에 이르는 8단계를 엄격히 규정된 과학적 근거에 따라 검역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것으로, 편법이나 탄력적 운영이 허용되지 않는 과학의 영역이라는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재해 발생에서 비롯된 현재의 ‘사과 대란’은 많은 국민들이 상황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한시적으로 소비를 절제함으로써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영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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