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여친 목조르고 때려 결국 숨졌는데…"연관성 없다" 풀려난 2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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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에게 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 남성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피해 여성을 폭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 이미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폭력 이미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만취해 얼굴 구타…입원 9일 만에 사망

경남경찰청은 전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A씨(20대·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20대·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시 한 원룸에 사는 전 연인 B씨(20대·여)를 찾아가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랐다. A씨는 전날 B씨와 전화로 다툰 뒤 술을 마시고 B씨 자취방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뇌출혈) 등 전치 6주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 받던 중 상태가 악화해 지난 10일 오후 10시20분쯤 숨졌다. 지난 1일 상해 혐의로 A씨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B씨가 사망하자 ‘사안이 긴급하다’고 보고 11일 오전 1시20분쯤 상해치사 등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지병도 없었는데…“아직 폭행-사망 연관성 없어”

하지만 검찰은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불승인,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검찰은 경찰이 피의자에게 연락했을 때 피의자가 자기 위치를 말해서 경찰과 만났고, 긴급체포에도 순순히 응한 것에 비춰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숨진 B씨 부검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12일 B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기능 저하 또는 상실)’으로 구두 소견을 냈다. 폭행에 의한 뇌 출혈량이 극소량이어서 사망 원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B씨는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정밀부검 등 정확한 국과수 감정이 나오기까지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경남 거제경찰서 전경. [사진 거제경찰서]

경남 거제경찰서 전경. [사진 거제경찰서]

과거 10차례 넘게 ‘데이트폭력’

경찰과 B씨 지인 등에 따르면 동갑내기 A·B씨는 거제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며 만났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경북에 있는 대학의 같은 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평소에도 A씨가 B씨를 폭행했다고 주변 지인은 전했다.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 경찰에 신고된 것만 대학 입학 전인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1건(쌍방폭행 포함)에 달한다. 하지만 A·B씨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서 사건은 대부분 종결됐다. 하지만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 1일 입원할 때 경찰에 자필로 서면 진술을 하면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A씨는 경찰에서 “전날 싸워서 대화할 생각으로 자취방에 갔는데,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B씨 사망 관련해선 병원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유족은 스토킹 등 A씨 추가 범행 진상을 밝혀달라며 지난 16일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사건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경찰이 접근금지·격리조치 등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데, 폭행죄에 해당하는 일명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스토킹 혐의 여부도 두 사람 휴대전화 포렌식분석 등을 통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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