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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모친, 아들 곁으로…조국 "어무이 이렇게 가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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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왼쪽 둘째)가 지난 2018년 1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에서 추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왼쪽 둘째)가 지난 2018년 1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제에서 추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91)씨가 17일 오전 아들 곁으로 떠났다.

유족 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후 모란공원이다.

정씨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박종철 열사의 모친이다. 아버지인 박정기씨는 지난 2018년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정씨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냈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지면서 2019년 서울로 올라와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종부(66)씨는 연합뉴스에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며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어무이 이렇게 가셨습니까" 애도 

해당 소식을 접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종철이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무이 이렇게 가셨습니까"라며 애도했다.

조 대표는 "1987년 종철이가 남영동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르르 떨다가, 제 평생 가장 심한 쌍욕을 했었다"며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라고 하던 자들과 그 후예들은 아직도 발 편하게 뻗고 잔다"고 분노했다.

이어 "종철이가 추구했던 꿈, 잊지 않고 있다"며 "종철이에 비해 한계와 흠결이 많은 저지만 끝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어무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가시이소. 그곳에서 아버님과 함께 잘 계시소. 여기는 제가 단디 해보겠슴니더"라며 부산 사투리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조 대표는 박종철 열사의 부산 혜광고 1년 선배이자 서울대 2년 선배로 학창 시절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박종철 열사 부친 빈소를 찾아 정 여사를 위로한 바 있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그는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로부터 물고문을 받다 다음 날 사망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당시 공안당국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지만, 부검의 증언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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