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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영업익 98% 감소, HUG 4조 순손실…재무 건전성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남부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의 재정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 향후 주거복지 등 부동산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등재된 LH의 제3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8840억원, 영업이익은 437억원, 당기순이익은 515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영업이익(2022년 1조8128억원)이 무려 98%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매출액 역시 1년 전(19조6263억원)보다 5조7000억원가량 줄었고, 당기순이익(2022년 1조4327억원)도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09년 LH 통합 출범 후 역대 최저 실적이다.

이에 대해 LH는 지난해 매각 용지의 분양대금 연체액이 1년 전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건설·시행사 등 민간기업이 LH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으면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한다. 하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중도금을 상환하기 힘들자 이를 납입하지 않은 채 연체하는 사례가 7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LH 측은 “회계기준에 따라 토지매수자가 잔금을 납부하는 시점에 회계상 매출을 인식한다”며 “부동산 경기 하강 시에는 매수자의 잔금납부 연체 등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HUG는 지난해 4조원가량의 손실을 냈다. HUG의 지난해 결산 공고에 따르면 당기순손실이 3조859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HUG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돈)은 1년 전(9241억원)의 4배 수준인 3조5540억원으로 역대 최다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 여파로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위변제액에 대한 회수율은 1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H와 HUG의 역할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LH는 3조원을 투입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미착공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 마무리 단계인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에 수조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LH는 재원 확보를 위해 공사가 보유한 비상업용 자산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올해 채권 발행액을 15조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실제 발행액 8조원보다 7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빌라 기피, 역전세난 등이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라 HUG의 손실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HUG의 최대 주주(70.25%)인 국토교통부는 보증 중단을 막기 위해 지난달 4조원 규모 도로공사 주식을 HUG에 현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2월과 12월 각각 7000억원, 3839억원을 현금으로 출자했다.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등을 발급할 수 있는 한도인 보증 배수(70배)가 자본총액과 연동해서다. 여기에 HUG는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PF 사업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행의 중추적 역할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로 향후 주거 복지는 물론 신도시 조성 등 정부의 주요 사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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