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은 페퍼톤스..."낙관하기 어려운 세상, 노래로 힘 얻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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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데뷔 20주년을 맞은 2인조 밴드 페퍼톤스. 멤버 이장원(좌)과 신재평(우). 사진 안테나

데뷔 20주년을 맞은 2인조 밴드 페퍼톤스. 멤버 이장원(좌)과 신재평(우). 사진 안테나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에서 동기로 만난 두 청년이 2004년 3월 다소 장난스러운 모토를 내세우며 밴드를 꾸렸다. 재기발랄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입소문이 났고, 이들이 무대에 서는 날이면 유독 햇빛이 쨍쨍해 ‘햇살밴드’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성 듀오 밴드, 페퍼톤스의 얘기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페퍼톤스 멤버 신재평(43)과 이장원(43)을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앨범을 내고 나면 늘 큰 몸살을 앓았다”는 신재평은 20주년 앨범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옛날 사진들을 펼쳐보듯 재밌고 설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6시 발매되는 페퍼톤스의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엔 총 20곡이 수록됐다.
절반은 페퍼톤스가 작업한 곡, 나머지 절반은 페퍼톤스의 곡을 동료 뮤지션들이 재해석해 부른 곡이다. 곡 ‘행운을 빌어요’(잔나비), ‘레디, 겟, 셋, 고!’(루씨), ‘땡큐’(권순관) 등이 리메이크로 새로운 색깔을 입었다.

페퍼톤스는 17일 오후 6시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를 발매한다. 사진 안테나

페퍼톤스는 17일 오후 6시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Twenty Plenty)를 발매한다. 사진 안테나

이번 앨범은 2022년 9월 선보인 정규 7집 이후 1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다.
신재평은 "전작인 정규 6·7집이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의 주제는 페퍼톤스 그 자체다"라며 "저희가 작업한 10곡 중 6곡이 10년 넘게 묵혀뒀던 미발표곡들인데, 기를 쓰고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던 데뷔 때의 초심을 가지고 신나게 편곡하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페퍼톤스가 직접 작업한 10곡을 담은 파트엔 ‘리와인드’(REWIND)라는 제목을 붙였다.

잔나비·권순관·이진아·나상현씨밴드 등 동료 가수 10팀이 참여한 리메이크곡은 ‘서프라이즈’(SURPRISE!!)라는 이름으로 파트를 엮었다. 페퍼톤스는 자신들의 곡을 다른 가수가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오래된 버킷리스트'라고 했다.
이장원은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특별한 색깔을 가진 팀들이 저희 곡을 재해석하면 어떨까?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저희가 한 것은 리메이크를 허락한 것밖에 없고, 가수들 섭외부터 작업까지 모두 회사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20주년을 맞이해 버킷리스트 일부가 이뤄져 마치 깜짝 선물을 받는 것 같았고,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낙관적이 되기 힘든 세상…노래로 힘 얻었으면”

앨범 발매 이후 페퍼톤스는 오는 6월 단독 공연, 음악 여정을 담은 만화책 발간 등 20주년 기념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사진 안테나

앨범 발매 이후 페퍼톤스는 오는 6월 단독 공연, 음악 여정을 담은 만화책 발간 등 20주년 기념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사진 안테나

“여전히 저희 노래로 기분이 좋아지고, 막연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밝고 긍정적인 음악의 가치를 믿으며 음악을 시작했던 20대 청년들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음악적 색깔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신재평은 “뮤지션은 변덕이 있어야 한다던데, 저희는 꾸준히 신나고 경쾌한 템포와 낙관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듣는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고,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처질 때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기운을 얻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풀어내는 방식엔 변화가 생겼다. 과거엔 그저 ‘힘내라, 파이팅!’만 외쳤다면, 이제는 낙관적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좀 더 복잡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멋부릴 줄 모르고 오로지 관심사에만 몰두하는 ‘너드남’(‘Nerd’+‘男’)이 매력적으로 소비되는 요즘, 페퍼톤스는 대표적인 ‘너드남’으로 언급된다. 이장원은 “관심사가 패션보다는 사운드였긴 했지만, 20년 전 KAIST 재학 당시에도 저희는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다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인기의 비결을 묻자 “‘너드남’이 주목받는 시대에 활동하는 것이 운이 좋기도 했고, 사실 저희는 유지가 잘 되는 팀”이라면서 “각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삶의 형태는 변해가지만, 저희 둘의 삶이 ‘따로, 또 같이’ 엮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기 비결이라기보다 유지에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남은 버킷리스트에 대해 신재평은 “환갑 잔치에 저희 대표곡 ‘뉴 히피 제너레이션’을 부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인생은 길고 날씨가 좋아서~’라는 가사를 할아버지가 돼서 부르면 기분이 좀 괜찮을 것 같다”면서다.
이장원은 “요즘 환갑은 따로 챙기지도 않는다더라”고 덧붙이며 “환갑·칠순 같은 단어가 저희 입에서 나올 줄 몰랐는데, 그때가 올 때까지 꾸준히 하고 싶다. 20년을 맞이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꿈 같고 기쁘다”고 말했다.
페퍼톤스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음악 여정을 녹인 만화책을 발간하고, 6월엔 단독 공연을 여는 등 20주년 기념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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