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청서 14년 만에 "한국은 파트너"…독도 영유권 되풀이

일본이 16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14년 만에 한국을 ‘파트너’로 표현하며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의 공탁금을 수령하도록 한 판결에 대해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은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최근 국제 정세와 일본 외교 활동 전반을 기록한 2024년 판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함께 걸어 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16일 발행한 외교청서에서 한미일 연계 강화를 강조했다. [연합뉴스]

일본은 올해 외교청서에서도 지난해와 같이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처음 등장한 후 7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파트너’ 표현 14년 만에 등장 

이번 외교청서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한국에 대한 기술이 다소 늘었다. 지난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일곱 차례나 회담한 점을 짚으며 “2023년은 한일 관계가 크게 움직인 한 해”였다고 평했다.

16일 일본 각의에 보고된 2024 외교청서. 이영희 특파원

이어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정의하고 “엄중한 국제 환경 속, 한·일 양국은 지역 평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이익 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를 심화하고 협력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이 외교청서에서 한국을 ‘파트너’로 규정한 것은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로 표현했고 2022년에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

특집으로 ‘한·미·일 3국 연계’를 집중 조명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세 나라 정상이 만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한·미·일 3개국의 협력은 정상, 장관, 차관 등 다양한 레벨에서 중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공탁금 수령 "지극히 유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 등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가 이 해법에 대한 원고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당시 많은 사람이 혹독한 환경에서 극심한 어려움과 슬픔을 겪은 데 마음이 아프다”고 발언한 사실도 되짚었다.

이어 한국 대법원은 2018년 판결에 이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확정했다며, 이 판결로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공탁금을 수령한 데 대해 “지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는 내용을 실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16일 발행된 일본의 2024 외교청서 중 독도에 대해 기술한 부분. 이영희 특파원

기시다, 북·일 정상회담 추진 중  

북한과 관련해선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준비 중이라 명기했다. 북한에 의한 납북자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에 대한 기술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전략적 호혜 관계’라는 표현을 5년 만에 다시 사용했다. 한편으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일본·필리핀 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명시했다.

또 일본 정부는 중국이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취하고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철폐 및 중국 당국이 구속한 일본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