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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보다 더 쳐줬다…미국, 삼성에 9조 보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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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 정부, 파격 보조금 발표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8630억원)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빅테크 고객 유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삼성은 미국 투자 규모를 450억 달러(약 62조2500억원)로 늘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연구개발(R&D)부터 파운드리(위탁 생산)와 패키징까지 종합 반도체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발표한 인텔(85억 달러)과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액수다. 투자금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삼성전자가 14.2%로 TSMC(8.5%)나 인텔(10.2%)보다 높다. 앞서 TSMC가 미국 투자금을 늘린 것처럼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대미 투자금액을 기존 약속한 액수보다 2배 이상 늘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팹(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이듬해 착공했다. 당초 계획은 올해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일정이었으나, 보조금·건설 지연 문제로 본격 양산은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 관계자는 전날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테일러의 첫 번째 팹에서 4나노(나노미터, 1㎚=10억분의 1m)뿐 아니라 2나노 반도체까지 생산할 것”이라며 “두 번째 팹에서도 2027년 2나노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삼성의 텍사스 생산 기지는 AI같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투자 의지와 한미 동맹이 미국 곳곳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삼성의 투자로)10년 안에 세계 첨단 칩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 설립과 R&D 시설 투자는 이번 투자 계획안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상무부 관계자는 “패키징 공장에서 활용될 중요 기술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위한 3D 적층과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단일 패킷으로 패키징하는 기술”이라며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은 “AI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최첨단 공정을 갖춰 늘어나는 미국 내 수요에 부응하고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기업의 최첨단 공정은 자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술 유출 우려 등 보안에 민감해서다. 하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칩스법 가이드라인은 보조금 수혜 기업이 수율·가격 등을 모두 적어내도록 해 보안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빅테크가 몰려있는 미국에 최첨단 공정을 두는 편이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국 투자는 지난 한해 회사 전체 시설 투자액(53조1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천문학적 반도체 투자를 집행하는 만큼 한국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해외 공장들은 보조금을 받아 생산 원가를 낮추는데, 국내 생산시설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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