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하는 데가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총선 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을 건달에 빗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검찰청에서 술을 마시며 사실상 진술 조작을 강요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구속 수감자들이 한 방에 모여서 술파티, 연어파티를 하고 모여서 작전 회의를 하는 게 가능하냐”며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 검찰이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순 징계가 아니라 중대 처벌해야 하는 중범죄이자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이날 오후 SNS에 ‘이게 나라냐’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며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영화장면으로도 못 쓸 장면이다”고 거듭 비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의 조작정치를 이 땅에 발붙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가 북측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을 쌍방울 측이 북측 인사에게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2019년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으나, 4일 재판에서는 “검찰이 회유하면서 (구속된) 김성태 전 회장 등과 검찰청 검사실 앞 창고에서 소주를 마시는 걸 묵인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진술 조작을 강요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증언 자체가 허위라는 입장이다. 수원지검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객관적 물증과 수많은 증인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조작됐다는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하던 이 전 부지사가 이제는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교도 행정 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이화영 전 지사의 유죄가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의 유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법제도를 뒤흔들려는 것”이라며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는 악랄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둘러싼 논란과 닮았다”(여권 관계자)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직후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증인을 회유하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여만인 2021년 3월 17일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으나, 검찰은 19일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거쳐 “위증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 중 위증 의혹 공소시효는 22일 만료됐고, 민주당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