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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않은 이재명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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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성지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성지원 정치부 기자

성지원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많게는 197석을 가져갈 거라고 예상됐던 출구조사 발표 순간, 이재명 대표 표정이 왜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지 궁금했다. 당 지도부에 물어봤더니 “표정 관리를 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낙선이 예상되는 사람, 낙천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좋은 티를 낼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단독 175석은 4년 전 180석만큼이나 완승이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볼수록 이 대표가 활짝 웃었더라면 좀 민망할 뻔했다. 먼저 친(親)이재명계의 성적이 그랬다. 이 대표가 ‘차은우보다 잘생겼다’던 안귀령 대변인은 12년간 민주당이 수성했던 서울 도봉갑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에게 1098표 차로 졌다. 이 대표는 도봉갑 현역인 인재근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를 권유한 뒤 안 대변인을 전략공천했는데, 안 대변인은 선거 직전에도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 행정동 이름을 못 외웠다.

지난 10일 방송3사 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무표정한 얼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김성룡 기자

지난 10일 방송3사 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무표정한 얼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김성룡 기자

부산 출신으로 PK에서 경력 대부분을 쌓았음에도, 이 대표 피습 당시 헬기 이송 논란으로 부산 민심이 흉흉해지자 곧장 수도권 출마를 선언해 빈축을 샀던 류삼영 전 총경은 서울 동작을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넉넉히 졌다. 동작을은 이 대표가 선대위 출범 후 8번이나 찾아 지원 유세를 한 지역이다. 영입 인재로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이지은 총경도 당적을 바꾼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에 졌다. 당 지도부에서도 “무리하게 공천배제를 한 지역들이 조직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선된 친명 후보들도 새벽까지 가슴을 졸였다. 선대위 상황실장이던 김민석 의원은 서울 영등포을에서 상대 박용찬 후보에게 1135표 차로 겨우 이겼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기 하남갑에서 친윤 초선 이용 국민의힘 의원에게 1199표 차로 신승했다. 경기 수원정에선 막말 논란에 휩싸인 김준혁 후보가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 끝에 2377표 차로 이겼는데, 무효표(4696표)가 두 후보 표차보다 더 많이 나왔다.

PK 선거결과도 우울했다. 특히 부산에선 현역 3명 가운데 전재수 의원만 승리를 거뒀고, 북을·강서·부산진갑·기장·해운대갑 등 선전을 예상했던 지역에서도 예상보다 큰 표차로 졌다. 경남 양산을에선 지역구를 바꿔 현역 김두관 의원에게 도전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승기를 쥐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를 한 PK 후보 11명 중 9명이 낙선했다.

민주당은 선거 내내 “나쁜 정권에 책임을 물어달라”며 정권심판론을 호소했지만, 사실 유권자들은 기억력이 좋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정권의 실체를 정확히 보시고 주권자로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해 정권교체 한 게 딱 2년 전이다. 그 2년 동안 0.73%포인트 차 승리를 압승처럼 써서 여권이 졌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올해의 이런 승리를 어떻게 쓸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