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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복에 재보복?…전문가 "중동전 확전, 이스라엘 보복 수위에 달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란의 사상 첫 이스라엘 직접 공격으로 중동 전역이 일촉즉발의 확전 위기감에 휩싸였다. 그간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양국은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단 관측이다. CNN 등 외신은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공격은 중동 내 긴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고조시켜 중동을 전쟁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반격을 예고하자 자칫 ‘5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규탄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반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재보복 수위에 따라 확전 여부와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왜 직접 공격했나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은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이스라엘에 수백기의 무인기(드론)와 순항·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미사일이 발사돼 군 고위 관계자 13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란 등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란인들이 1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인들이 1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금까지 이란은 레바논·시리아 등 중동 각지에 있는 대리 세력을 내세우며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은 피해왔다. '그림자 전쟁'을 벌이던 이란이 전례 없는 이스라엘 직접 공격에 나선 건 보복을 바라는 내부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이 13일 밤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감행한 직후 이란 수도 테헤란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정부의 공격을 지지했다. 이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에 "이란은 자국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자국 본토를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봤고,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직접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국 영사관 공격은 국제법 위반인 만큼 보복의 명분이 있다고 판단해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복 수위 조절했나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 후 유엔에 "이번 조치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이며 확전이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번 공격 양상도 이란의 이런 의도가 반영됐단 분석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정부·군사 시설을 목표로 삼고 민간 시설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드론·미사일을 99% 요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 정부가 미국에 이스라엘에 대한 대략적인 보복 시점과 수위를 알린 것도 확전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다. 미 정부는 지난 12일 이란 측 정보를 인용해 "이란이 24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이스라엘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공격 이후 13일 텅 빈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도로.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란의 공격 이후 13일 텅 빈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도로. 신화통신=연합뉴스


장지향 센터장은 "이란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이 하루이틀 만에 이뤄졌다면 강대강 충돌로 확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12일 만에 감행한 건 이란이 미국 등을 상대로 외교적인 물밑 작업을 하고 공격을 통제된 수준으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예상보다 많은 드론과 미사일로 물량 공세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화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질적인 경제난과 정치적 혼돈에 처한 이란으로선 군사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핵을 보유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이 부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이란 주민들은 한밤중 공포에 떨며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에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지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전선 확대는 부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이희수 명예교수는 "네타냐후 총리가 현재 내부적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이번 공격이 전면적인 중동전쟁으로 확전할지 여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에 달렸다"고 말했다.  

"美, 이스라엘의 성급한 대응 우려"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제를 이끌어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미 일부 고위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그 여파를 고려하지 않고 이란의 공격에 성급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NBC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후 회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후 회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매체는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고있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전쟁을 수행한 방식 등을 볼 때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나단 파니코프 중동 전문가는 외신에 "이란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은 양국 간 오랜 한계선을 무너뜨리고 양국을 '그림자'에서 '양지'로 나오게 했다"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했다.

만약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보복이 반복돼 5차 중동전쟁이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세계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출동, 중동 내 친이란 무장 세력의 총동원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유가 상승으로 인한 1973년 '오일 쇼크'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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