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신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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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31면

민감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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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권이 연일 ‘새로운 품질(New Quality)’로 번역되는 신조어 ‘신즈(新質·신질)’ 합창에 나섰다.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말씀인 탓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동북 헤이룽장을 시찰하던 중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新質生産力)’을 처음 언급했다.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는 “마르크스주의 생산력 이론의 새로운 발전이자 시진핑 경제사상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며 이념화했다.

서열 2위 리창(李强) 총리는 올 정부업무보고에서 첫 번째 임무로 ‘신즈’ 생산력 발전을 다그쳤다. 각급 정부마다 첨단 기술 및 제조 능력을 갖추라는 지시다. 중국공산당은 ‘새로운 생산력’을 왜 지금 내놨을까.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있는 핵심 능력으로 여겨서다. 과거 1950년대 영국을 따라잡고 미국을 추격하겠다며 철강 생산을 독려했던 차오잉간메이(超英赶美)의 21세기 버전인 셈이다.

그 뒤로 모든 분야에서 신즈 변주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3월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대표단을 만나 “신품질 생산력과 신품질 전투력(新質戰鬪力)을 효율적으로 융합하고 쌍끌이하라”고 지시했다. 사이버·인공지능(AI)·드론 등 첨단 민간 기술을 군사 작전에 사용하라는 명령이다. 새로운 경찰력도 등장했다.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은 지난 1월 전국 공안 간부 회의에서 “새로운 품질의 공안 전투력(新質公安戰鬪力)을 만들고 업그레이드에 서두르라”고 훈계했다. 정권 안보와 사회 안정을 위해 감시카메라 시스템인 톈왕(天網)과 인터넷 검열 등이 강화될 전망이다. 신품질 외교도 본격화했다. 셰펑(謝峰)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신품질 생산력은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라며 “중국 경제가 천장에 닿았는지 걱정하지 말고 새롭고 거대한 ‘중국 기회’를 놓치는지 걱정하라”고 주장했다.

반론도 거세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일 “기술 지상낙원주의, 중앙 계획경제, 안보 집착을 뒤섞어 미래 산업을 지배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이라고 깎아내렸다. 소비자를 무시하고, 약한 국내 수요 탓에 신제품을 수출해야만 하며, 비현실적인 기업관을 세 가지 모순으로 꼽았다.

중국에서 이른바 ‘새로운 품질’ 이데올로기가 성공할지 판단은 아직 이르다. 다만 대비 없이 값싼 미래 제품이 밀려온다면 한국의 첨단산업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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