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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초저가 비결] 물류비 자체 부담, 판매가 직접 결정…'알테쉬' 반의 반값 물량 공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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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호 10면

SPECIAL REPORT 

인천공항본부세관 특별물류센터에 소비자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해외 직구 상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 [뉴스1]

인천공항본부세관 특별물류센터에 소비자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해외 직구 상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 [뉴스1]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7740원, 등산모자 2474원, 휴대폰 충전기 6526원. 국내에서는 적어도 1만~3만원 줘야 살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이하 알테쉬)은 만원대도 아닌 천원대에 판다. 국내 쇼핑몰 플랫폼의 반값이거나 그 이상 싸다.

가격이 워낙 싸니, 품질이 의심스러워도 일단 사고 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BC카드가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3월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테쉬와 같은 C커머스(China와 이커머스의 합성어) 결제액은 138.8%, 결제 건수는 13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간 C커머스 이용 경험이 있는 20~59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구매 이유로 ‘가격이 저렴해서’가 첫 손(93.1%)에 꼽혔다.

C커머스는 천원대, 만원대의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한국은 물론 미국·유럽·동남아 등지를 접수하고 있다. C커머스의 상상 이상의 ‘초저가’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 비결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① 자체 브랜드 만들어 OBM 제품 생산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 공장이 몰려 있다. 값싼 인건비 등으로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전 세계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지었거나, 중국 업체에 생산(OEM·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인도·베트남 등지에 공장 일부를 넘겨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전 세계 소비자가 사용하는 생필품 상당수를 중국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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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국의 공장이 OEM을 통해 습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ODM(제조사 개발 방식)이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OBM) 제품을 생산한 뒤 알테쉬를 통해 저가에 팔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상품·품질의 한국 생산 제품과는 원가에서부터 큰 차이가, 중국에서 생산한 한국 기업의 OEM 제품과는 물류비·세금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중국지역학회장)는 “중국은 공산품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자체가 한국의 20~25% 수준”이라며 “내수시장이 커 기본 생산물량도 한국의 수십배에 달하는 만큼 생산원가 자체가 한국산의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1만~2만원짜리 상품을 천원대에 팔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코로나19 때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면서 적지 않은 공산품이 재고로 남았던 것도 초저가를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알테쉬를 통해 재고를 초저가에 ‘떨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② 물류비 절감만으로 가격 7% 낮춰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원가 자체가 싼데 알테쉬가 모두 ‘제조사-소비자’ 직거래 형태로 운용하고, 택배비와 같은 물류비도 대부분 부담해 제품을 유통(물류)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물류비로만 매출액의 평균 6.87%를 부담하고 있다. 물류비 절감만으로도 한국 제품보다 7%가량 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알리에 입점한 중국법인 운영자인 한국인 김윤생씨는 “판매 물품 수가 적더라도 알리에서 직접 와서 상품을 가져간다”며 “알리는 미국·스페인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이런 물류망을 갖추고 있어 이들 나라에선 더 싸게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등에서 물건을 판매하면 판매자가 택배사와 계약을 맺어 배송 과정 일체를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알리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계열사인 챠이나오가 전담 관리한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물류에 신경 쓸 일이 없고 부대비용이 들지 않아 자연스레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테쉬 일부는 판매자에게 판매수수료(입점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알리만 해도 지난해 10월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 기업관(K-Venue)’을 열면서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입점 및 판매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의 판매수수료가 평균 매출의 1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수수료 면제만으로 10% 이상 싸게 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알리에 입점한 CJ제일제당과 LG생활건강이 각각 자사의 대표 상품인 햇반, 닥터그루트 샴푸 등을 국내 이커머스에서보다 더 싸게 팔고 있는 이유다.

③ “판매 촉진 마케팅 덕 마진 커져”

이커머스시장 장악을 노리는 알테쉬가 매년 천문학적 투자를 하는 것도 초저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알리는 지난달 18일부터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급하고, 10억원 상당의 쿠폰 등을 발행했다. 쇼핑 보조금이나 쿠폰은 알리가 판매 가격을 보조하는 형태로, 소비자는 그만큼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판매자와 플랫폼이 각각 분담하게 하는 국내 이커머스와 달리 알리가 전액 지불하는 구조다. 케이베뉴 입점사인 농사지음 이광령 대표는 “판매 촉진을 위해 각종 마케팅을 진행하니 국내 플랫폼과 비교해 매출은 물론 마진까지 높아지는 구조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농사지음은 지난달 알리에서 진행한 ‘천억페스타’ 행사에서 대저토마토 상품을 판매해 하루에만 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알리는 올해에도 한국에만 1조원대 투자를 계획 중이다. 소비자를 겨냥한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테무는 올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했다. 미국 전자잡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테무는 2023년 미국에서 광고료로 14억 달러(약 1조9236억원)를 집행했다. 올해는 43억 달러(약 5조9099억원)를 투입할 전망이다.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3월 5일 리창(李强) 총리는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해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발전을 촉진하고 해외 창고의 분포를 최적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는 2014년부터 꾸준히 정부업무보고에 포함되고 있다. 주커리(朱克力) 중국정보협회 상무이사는 “해외 전자상거래의 급속한 발전은 중국 중소기업에 더 넓은 국제 시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영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 교수는 “이커머스는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C커머스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④ 세금도 안 내 알테쉬 최소 20% 저렴

초저가 유지를 위해 판매가를 플랫폼이 직접 결정하기도 한다. 알테쉬 중에서도 ‘극초저가’를 강조하는 테무는 극초저가를 위해 판매자 입찰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워 저가 제품이 고가 제품을 계속해서 몰아내는 ‘초저가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입찰에 실패한 비싼 제품은 신제품 출시가 제한되기도 한다. 장쑤성의 C커머스 판매자인 리페이(李菲)는 “처음에는 히트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신제품 출시를 장려한다”며 “만일 10달러짜리 대박 상품이 나오면 테무 바이어는 8달러에 납품이 가능한 다른 판매자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을 시킨다”고 토로했다.

알리는 상품 가격을 수정할 경우 이전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등록해야만 자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하기도 한다. 여기에 한국은 해외 직구 물품 가격이 150달러 이하면 관세(8%)는 물론 부가가치세(10%)도 면제한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의 물품을 수입해 국내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수입업자들은 관세·부가세를 물어야 하고, 안전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똑같은 중국산 제품이라도 국내 이커머스보다 알테쉬의 가격이 최소 20% 이상 저렴한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테쉬의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C커머스를 향한 규제보다는 소비자 피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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