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여론 받들어 원점 재논의하자"…정부는 신중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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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이 12일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이 정부에 내린 심판”이라며 정부에 2000명 의대 증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국민은 정부의 정책 추진 목적이 의료 개혁이 아니라 총선용 포퓰리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며 “투표를 통해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선거를 통해 증명된 국민의 진짜 여론을 받들어야 한다”라며 “의료파국 시계를 멈추고 국민 생명과 건강 지켜낼 수 있도록 의료계 요구를 적극 받아들일 때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원점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의대 증원 여론조사에서 반대보다 찬성이 많게 나오는 데 대해선 “(총선이) 정책의 찬반을 묻는 투표가 아니라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은 다른 분야”라면서도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게 큰 영향을 줬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거기에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같이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제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제22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근 위원장은 원점 재검토에 대해 “0명으로 해석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다”라며 “다양한 변수를 활용해 연구하면 가장 적절한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결론이 나면 받아들이자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의협 간부와 전공의에게 내린 각종 명령과 고발, 행정 처분 등을 철회하라고도 했다. 다만 이런 처분 철회가 대화 조건이냐는 질의에 “원칙은 원점 재검토에 대해 논의해달라는 것”이라며 “대화 조건은 아니고 그간 주장에 들어있던 내용이다. 전공의의 7대 요구에 무리한 명령을 취소하란 내용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전 비대위 조직위원장이 3개월 면허정치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날(11일) 법원이 기각한 데 대해서도 즉각 항고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부당해 항고했고 이유서를 내일(13일) 제출할 예정”이라며 “임현택 (의협 회장)당선인 입장문이 의협 회원들 입장과 유사하다.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임현택 당선인은 법원 결정에 대해 “정부의 푸들 노릇을 자처한 판사는 당장 법복을 벗고 정치에 나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당선인은 “정의를 지켜야 할 판사가 보건복지부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실소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총선 직후 예정됐던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 관련해선 “한자리에 모여 발표하는 게 모양새는 좋겠으나 여러 이유로 잘 진행이 안 된 것에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충분히 다양한 형태로 같은 목소리를 들려드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임현택 당선인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성근 위원장은 “비대위는 대의원회에서 결의되고 구성된 조직으로, 이달 30일까지 임기를 갖는다. 임기를 중간에 해산시킬 권한도 대의원 총회에 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당선인도 잘 이해할 것으로 알고 비대위원장, 대의원장과 당선인간 잘 논의하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라고 했다.

전공의 단체에선 총선 이후 아직 입장 표명이 없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과 무관한 사직 전공의 1325명은 15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집단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12일 서울의 한 상급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의 한 상급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2대 위원장으로 최창민 울산대 의대 비대위원장을 선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온라인 총회를 개최한 뒤 정부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의료계 단일 목소리를 내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

다른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을 무효로 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낸 상태다. 내주 초까지 총장 답변을 취합해 결과에 따라 헌법소원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숫자에 매몰된 논쟁을 멈추고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논의하자며 정부에 한발 물러설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8일을 마지막으로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다. 이날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만 한 채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총선 결과와 의대 증원 연관에 대한 평가가 나와야 고냐 스톱이냐가 결정될 것”이라며 “추진력이 대통령의 결단과 여론에 따른 것인 만큼 분위기를 더 지켜봐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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