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이뤄지는’ 아미티지·나이 보고서…“日, 글로벌 리더 준비 돼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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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5년까지 자위대의 합동작전을 감독할 새로운 합동작전사령부 설립’
‘미국은 일본의 오커스(AUKUS, 미국ㆍ영국ㆍ호주 간 안보 동맹) 필러2(첨단 방위기술 공동개발) 프로젝트 참여 등을 지원’
‘미국은 군수품 생산 확대 및 시스템 공동 개발 과정에서 일본과의 협력 우선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4년 미ㆍ일 동맹-통합된 동맹(Integrated Alliance)으로’란 제목으로 공개한 ‘아미티지ㆍ나이 6차 보고서’에 실린 제언들이다. 10일 미국ㆍ일본 정상회담 논의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거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굵직한 의제들이기도 하다. 미ㆍ일 정상회담(10일)을 엿새 앞두고 나온 이번 6차 보고서에 미ㆍ일 정상회담을 맞아 워싱턴에 몰려든 양국 고위 인사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0년 10월 미ㆍ일 동맹 개선ㆍ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을 담아 처음 나온 이 보고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공화당)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지일파(知日派) 리처드 아미티지 전 부장관과 빌 클린턴 행정부(민주당)에서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한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 책임자이며, 초당파적 저명인사들이 참여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 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설계도’이자 ‘지침서’ 역할을 해 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년 미ㆍ일 동맹-통합된 동맹(Integrated Alliance)으로’란 제목의 ‘아미티지ㆍ나이 6차 보고서’ 표지. 사진 CSIS 캡처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년 미ㆍ일 동맹-통합된 동맹(Integrated Alliance)으로’란 제목의 ‘아미티지ㆍ나이 6차 보고서’ 표지. 사진 CSIS 캡처

지난 4일 6차 보고서 발간 당시 한국에서 주목받은 건 ‘한국과 호주가 포함되는 주요 7개국(G7)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실 보고서의 핵심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환경에서 미국이 맡았던 글로벌ㆍ지역 리더십의 짐은 단기적으로 일본이 점점 더 많이 짊어지게 될 것이며, 일본은 이런 역할을 맡을 준비가 잘 돼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4년 전 나온 5차 보고서 제목은 ‘2020년 미ㆍ일 동맹-글로벌 의제에 대한 동등한 동맹(Equal Alliance)’이었는데,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통합된 동맹’이란 개념으로 진화했다. 양국 동맹 관계의 대등성을 넘어 더욱 심화된 혼연일체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일본이 야심찬 전략적 궤도에 들어선 지금 미국과 일본이 경제와 안보 문제의 연계 등 보다 통합된 동맹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6차 보고서는 경제안보, 사이버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미ㆍ일 동맹 확장을 통한 동아시아 전략들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2025년 3월까지 일본 자위대 합동작전을 지휘할 새로운 합동작전사령부(J-JOC)를 설립하고, 미국은 작전 실행권을 가진 4성급 작전사령부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가능한 한 일본 합동작전사령부와 주일미군 작전사령부는 유사시 함께 편제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주일미군에 미ㆍ일 합동연습ㆍ훈련계획 수립,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와 정보 공유 등의 권한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 발로 보도된 적 있는데, 아미티지ㆍ나이 보고서와 맥락이 같다.

보고서는 또 ▶군수물자 생산ㆍ시스템 공동 개발 과정에서 미ㆍ일 양국의 협력 강화 ▶2007년 ‘일본ㆍ호주 안보협력 공동 선언’을 모델로 한 한국과 일본의 사상 최초 ‘공동 안보선언’과 이를 통한 양국 방위 관계 정상화 ▶미ㆍ일 간 관여에 필리핀 포함 최우선시 ▶자위대를 활용한 일본의 더욱 적극적인 중동 해상 항로 방어 등을 촉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 보호 및 공급망 회복력 강화 등 경제안보 측면에서의 미ㆍ일 협력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과잉생산 능력과 덤핑 방지를 위한 미ㆍ일과 파트너의 협력 강화 ▶한국과 호주가 포함된 G7 확장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일본 국가안전보장사무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안보 대화를 통한 경제안보정책 조율 강화 등을 주문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 참석해 람 이매뉴얼(왼쪽) 주일 미국대사와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주미 일본대사.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 참석해 람 이매뉴얼(왼쪽) 주일 미국대사와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주미 일본대사.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아미티지ㆍ나이 보고서는 그간 제시된 제안들 중 상당 부분이 현실화하는 등 미ㆍ일 안보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한 2000년 1차 보고서는 일본 우익세력의 평화헌법 9조 개정론을 뒷받침했고, 2015년 9월 일본 안보법제 제정으로 관철됐다.

2007년 2월 나온 2차 보고서는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 완화’와 미사일 방어 강화를 제안했는데, 지난 아베 신조 정권에서 상당 부분 실현됐다. 2012년 한국과 일본의 역사문제 해결을 촉구한 3차 보고서가 나오고선 3년 뒤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본 안보 정책 전문가 등 사이에서는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무서운 보고서’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ㆍ일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CSIS 주최로 열린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와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 주미 일본 대사 간 대담에서도 아미티지ㆍ나이 보고서 내용을 여러 차례 인용, 영향력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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