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ㆍ강박 해소 탁월”…해운대 등 부산 7개 해수욕장 수퍼어싱 성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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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바닷가를 걷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맨발로 바닷가를 걷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1.2㎞ 거리의 해변 곳곳에서 맨발로 백사장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은 모자나 마스크를 쓴 채 한 손에 신발을 들고 발등까지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맨발로 헤치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차상길(59)씨는 “맨발로 바닷물과 모래를 밟는 느낌이 좋아서 지난해부터 틈틈이 가족과 함께 걷는데 밤에 잠도 잘 오고 건강해진 느낌이다”며 “요즘 여기 뿐 아니라 해운대와 광안리 등 백사장에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해운대해수욕장 등 부산 7개 해수욕장이 ‘슈퍼어싱’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는 맨발걷기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드는 등 ‘어싱족(맨발족) 모시기’에 나섰다. 학교 운동장이나 산길 등을 맨발로 걷는 것을 어싱(Earthingㆍ접지)이라고 하고, 바닷가에서 파도가 들락거리는 백사장을 걷는 것을 슈퍼어싱(Super Earthing)이라 부른다. 슈퍼어싱이 어싱보다 피로 해소나 잔병 치료 등에 더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지난해부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슈퍼어싱을 하는 김봉임(62ㆍ여)씨는 “산길도 걷고 해변가도 걸어봤는데 슈퍼어싱이 혈액순환 등에 훨씬 효과가 좋은 것 같다”며 “특히 해운대의 멋진 야경을 보며 슈퍼어싱을 하면 잠도 잘 오고, 독소가 빠져서 그런지 다음날 가볍게 일어나고 얼굴빛도 좋아져 걷기를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맨발학교 교장 “집 마당이 최고의 걷기 명소”  

대한민국맨발학교 교장으로 오랜 기간 맨발 걷기를 실천하며 효능을 연구한 권택환 대구교대 교수는 “맨발로 걷거나 수행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 ‘대련도’에도 맨발로 수련하는 조상 모습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알갱이 굵은 모래를 맨발로 밟으면 뇌 감각을 자극하며, 황톳길을 걷는 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닷가 모래밭은 물기와 소금기, 음이온을 머금어 활성산소 등 몸의 탁한 기운을 배출하는 데 좋다고 한다. 맨발로 걷기 좋은 곳을 묻자 권 교수는 “집 앞마당이나 운동장·뒷산 등 매일 가서 걸을 수 있는 곳이 최고의 명소다. 가능하면 산길·황톳길·바닷길을 골고루 걸어주는 게 좋다”며 “부산은 산이 많고, 특히 해수욕장을 7곳이나 갖추고 있어 맨발로 바닷가를 걷기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 수십명이 긴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맨발로 백사장을 걷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시민 수십명이 긴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맨발로 백사장을 걷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2월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 조성된 비닐하우스 맨발 황톳길에서 어싱(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 손성배 기자

지난 2월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에 조성된 비닐하우스 맨발 황톳길에서 어싱(earthing)을 즐기는 사람들. 손성배 기자

손변우 동의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발바닥 가운데 용천이라는 혈 자리가 있다. 침을 놓으면 혈액순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맨발 걷기는 용천은 물론 평소 신발과 양말로 감쌌던 발 전체를 고루 자극한다. 이에 불면증 개선 등 효험을 직접 느끼는 시민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 들 때 노 젓는다… 부산선 ‘해수욕장 어싱 챌린지’

지자체도 맨발 걷기 지원에 나섰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맨발걷기 지원 관련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100여곳에 달한다. 이 조례는 산책로를 조성하거나 낚싯바늘·이물질을 청소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부산시의회도 지난 2월 ‘도시공원 등 맨발 걷기 활성화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시는 해운대ㆍ송정ㆍ광안리ㆍ송도ㆍ다대포 ㆍ임랑ㆍ일광 등 해수욕장 7곳을 맨발로 걷는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를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23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한파 특보에도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한파 특보에도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그동안 해변 산책로인 해파랑길 등을 앞세워 ‘걷기 좋은 도시 부산’ 슬로건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맨발로 걷기 좋은 도시 부산’ 이미지를 내세운다. 첫 챌린지는 오는 23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 BNK금융그룹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부산시 관계자는 “맨발 걷기는 여름 개장 기간 이외에도 사계절 부산 해수욕장에 방문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관광 콘텐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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