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잇는 ‘탕춘대성(蕩春臺城)’이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숙성 때 축성 시작해 영조때 완공 #1920년대 들어 대홍수로 유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이날 서울시 유형문화재(제33호)인 탕춘대성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했다. 2022년 사적 예비문화재로 선정된 후 2년 만의 승격이다.
탕춘대성은 한양도성 서북쪽인 인왕산 기차바위에서 시작해 북한산 향로봉 아래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5㎞ 산성으로 조선 후기 한양도성 방어체계 완성판으로 꼽힌다. 이 성은 1702년(숙종28년) 우의정 신완의 건의에 따라 1715년 공사를 시작, 영조 때인 1754년 완성됐다. 도성 서쪽을 방어하면서 군량을 보관하고, 전쟁 시에는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오가는 통로로서 군량 등을 보급하는 기지로 활용됐다. 이 성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인근 성곽의 군량 보급과 지휘를 담당했던 '배후 성'이다.
성 명칭은 인근 세검정에 있는 ‘탕춘대(蕩春臺)’에서 따왔다고 한다. ‘탕춘(蕩春)’ 은 ‘봄(春)을 질탕(蕩)하게 즐긴다’는 뜻으로, 연산군 당시 정자 탕춘정(蕩春亭)을 지어 연회를 즐겼다. 탕춘정은 당대 최고의 화려함이 묻어나는 장소였다고 한다.
탕춘대성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차단 성이자 연결성(통로 성) 역할을 하는 성곽으로, 홍지문(弘知門)과 오간수문·암문 등 부속 시설이 있다. 내부에는 총융청 터, 평창(군량미 보관 창고) 터 등 국방 관련 시설이 있다. 영조는 탕춘대성 내부에 한성부와 경기도 일대를 방어하는 총융청을 옮기면서 전시에 도성을 지키겠다는 계획인 ‘수성절목’을 반포해 조선 후기도성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탕춘대성은 비용과 인력 문제로 인해 당초 구상됐던 동쪽 성벽은 축조하지 못하고, 서쪽 성벽만 완공된 채로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이어주는 통로처럼 주로 쓰였다. 하지만 실제 쓸 일이 많지 않았던 성벽은 점점 무너지다가 1920년대 을축년 대홍수로 인해 타격을 입어 대부분 헐렸다. 이후 1976년에 탕춘대성 정문인 홍지문과 오간수문 등이 복원됐다.
한편 서울시는 탕춘대성 원형 파악을 위해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 발굴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이 성이 숙종~영조 대에 이르는 조선 후기 축성술이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 또 2022년에는 ‘탕춘대성 사적지정 승격을 위한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이 성의 역사ㆍ문화ㆍ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최경주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탕춘대성은 18세기 이후 확립된 도성 방어체계 개선의 마침표를 찍은 유산이자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관문 장성”이라며 “서울 숨은 문화유산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