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이틀 남긴 8일 여야는 나란히 수도권 유세에 집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경기·인천 11곳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인천 9곳을 돌았다. 촌각을 다투는 선거 막바지에 에너지를 수도권에 쏟는 건 걸린 의석이 많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수도권 판세가 백중세란 의미다. 선거 기간 두 사령탑의 발걸음을 톺아보면 각 당이 보는 판세와 선거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중앙일보가 양당 홈페이지 등록 일정을 기준으로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날까지 12일간의 이 대표와 한 위원장 동선을 분석했다. 한 위원장은 120곳, 이 대표는 59곳의 시·군·구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위원장은 서울 송파와 경기 김포·수원·오산·용인, 인천 연수 등 6개 지역을 각 3회씩 찾아 공을 들였다. 이 대표가 가장 자주 머문 곳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5회)이었고, 여길 빼면 서울 강동·동작·서대문·성동·송파·영등포·용산·중구와 부산 진구, 인천미추홀구 10곳을 각 2회씩 방문했다.
“나는 서서 죽겠다”고 절박함을 호소 중인 한 위원장의 동선에서는 ‘험지’ 대신 ‘텃밭’이 여럿 눈에 띄었다. 강남 3구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를 세 차례 찾았을 뿐 아니라 서울 양천, 경기 성남(분당), 부산 해운대 등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두 번씩 방문했다. 공천 구도와 돌발 변수 등으로 초박빙 판세가 이어져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 지역들이다. 한 위원장은 총 25개 시·군·구를 2회씩 방문하는 등 활동량에서 이 대표를 압도했지만, 야당세가 강한 곳을 개척하기보다는 박빙·우세 지역을 지키려는 듯 움직였다.
이 대표의 경우 전체 유세 횟수는 한 위원장의 절반가량이었고, 12일 중 이틀(3월 29일, 4월 2일)은 아예 공개 일정을 안 잡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세가 만만찮은 지역을 여러 번 찾는 등 공격적으로 험지를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발걸음에 묻어났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강동·동작·송파 등 강남권과 인근을, 부산에서는 보수 지지층이 많은 진구를 2회씩 방문했다. 4일 보수의 본진이라는 대구를 찾아 지원 유세한 것도 호남·제주를 건너뛴 한 위원장과 차별화된다.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이 경북 안동 출신임을 언급하며 “이번 총선에서 경고는 해야 한다. 그게 윤석열 정권을 성공하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도 이 대표가 공을 들인 흔적이 두드러졌다. 한 위원장은 수도권(77회) 다음으로 ‘캐스팅 보트’ 지역인 충청권(21회)과 PK(19회)를 비슷하게 갔지만, 이 대표는 수도권(39회) 외엔 PK(11회)에 집중했다. 'PK에서 해볼 만 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외에 조국혁신당이 부산을 본거지로 정권심판론을 띄우면서 민주당도 ‘그냥 두고 봐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야권 지형을 생각하더라도 조국혁신당의 움직임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호남은 안 찾았다. 이 대표는 그 이전까지 호남 일정에 집중했다. 한 위원장의 경우 효율적 동선 배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 위원장은 제주를, 이 대표는 강원을 안 갔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도 양당은 수도권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 11곳, 경기 17곳, 인천 3곳의 격전지 목록을 공개했다. 국민의힘도 “서울·경기 등 격전지를 중심으로 집중 유세하겠다”(이충형 중앙선대위 대변인)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