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도 수업" 총장 호소에도…의대생들, 반발조차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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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가천대 의과대학 건물은 의대생 휴학으로 한산했다. 빈 강의실 교탁에는 학생 명단이 붙어 있다. 서지원 기자

8일 오전 가천대 의과대학 건물은 의대생 휴학으로 한산했다. 빈 강의실 교탁에는 학생 명단이 붙어 있다. 서지원 기자

8일 오전 인천 연수구에 있는 가천대 의과대학. 개강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강의실 대부분은 불이 꺼진 채 텅 빈 모습이었다. 의대 건물 복도에 지나다니는 이들은 대부분 교수나 행정 직원이었다. 지하에 있는 동아리방과 다른 층에 있는 학생회실도 문이 잠겨 있었다.

가천대는 의대생의 수업 거부로 학기 시작을 미루다 지난 1일에서야 뒤늦게 개강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석 체크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가천대 관계자는 “이미 방학은 없는 상태고, 일단 개강을 해야 수업 일수라도 채울 수 있다”며 “온라인 수업 참여 시 학생 얼굴도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장 복귀 설득에 의대생 “아무 반응도, 반발도 없다”

8일 오전 가천대 의과대학 복도. 이 층에는 강의실 4개와 대형 강의실 1개가 있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지원 기자

8일 오전 가천대 의과대학 복도. 이 층에는 강의실 4개와 대형 강의실 1개가 있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지원 기자

의사 출신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이날 의대생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이 총장은 “6.25 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는 책을 놓지 않았다”며 수업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한 의대생은 “총장님은 학생들이 돌아오라는 마음으로 쓰신 거지만, 학생들은 아무 반응도, 반발도 없다”고 말했다. 임상 실습 과목을 맡은 한 의대 교수는 “제 지도 학생들은 계속 휴학하겠다고 한 거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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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의대 온·오프라인 수업 진행 중”…실습 한계 지적도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집단휴학으로 수업을 미뤄온 전북대 의대가 개강을 한 8일, 의대 1호관 1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집단휴학으로 수업을 미뤄온 전북대 의대가 개강을 한 8일, 의대 1호관 1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경북대·전북대 등 다른 의대들도 이날부터 연기했던 수업을 재개했다. 의대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 2월부터 개강을 미뤄온 대학들이 잇따라 수업을 재개하는 건 더는 개강을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학 측은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해도 출석이 인정되도록 학칙을 개정해 집단 유급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수업 일수를 맞추기 위해선 개강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업로드한 온라인 강의를 열람만 해도 출석이 인정될 수 있도록 학칙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수업 자료를 온라인으로 내려받기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도 “개강은 2월 13일에 했지만 (의대 증원 이슈로) 수업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더 늦기 전에 온·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해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수업이 재개된 8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한 관계자가 대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의과대학 수업이 재개된 8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한 관계자가 대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40개 의대 중 14개(35%) 의대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의대수업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대다수 의대가)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하되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수업을 녹화해 학생이 추후 복귀 시 수업을 보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수업을 시작하는 대학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주 내로 전국 의대 40곳 중 31곳이 개강할 예정이다. 8일 현재 개강 학교는 가천·고려·경북·동국(분교)·서울·연세·영남·인제·전북·제주·충남·충북·한림·한양대 등 14곳이다. 15일부터는 가톨릭관동·가톨릭·건국대(분교)·건양·경상국립·고신·단국대(천안)·동아·부산·성균관·연세대(분교)·울산·원광·이화여·전남·조선·차의과대 등 17곳이 추가로 개강한다.

다만 실습이 많은 본과 커리큘럼 상 온라인 개강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 때도 의대 본과생은 실습 때문에 학교로 등교했다”고 말했다. 임 교무처장은 “본과 3~4학년 임상 실습은 비대면으로 하지 못하고 15일부터 병원에서 대면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얼마나 학교에 복귀해 대면 수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여전히 전날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 8793명)의 55.2%가 휴학생을 제출한 상태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대학도 7곳으로 조사됐다.

“의정갈등 풀리지 않으면 돌아오는 학생 소수 그칠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총장, 의과대학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의대 교수와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총장, 의과대학 학장, 병원장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의대 교수와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수업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에선 증원 갈등을 풀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대학에서 아무리 읍소하고 수업을 재개해도 근본적으로 의정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돌아오는 학생들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며 “증원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시간도 대학들 입장에선 부족할 텐데, 아직도 ‘증원이냐 아니냐’를 저울질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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