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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만점' 대체육, 왠지 불만족...그 이유, 한·미 180도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SSG닷컴은 영국 대안육 브랜드 ‘린다 매카트니’ 상품 4종을 판매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 SSG닷컴

SSG닷컴은 영국 대안육 브랜드 ‘린다 매카트니’ 상품 4종을 판매한다고 7일 밝혔다. 사진 SSG닷컴

MZ세대의 ‘비건(채식) 열풍’을 겨냥해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던 국내 식품 기업들이 생각보다 더딘 성장으로 고전하고 있다. 값은 비싼데 맛이 없다는 소비자 인식을 깨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업들은 비건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신 건강식을 강조하며 수요층을 넓히고 해외로 눈을 돌려 시장 개척에 나섰다.

영국 대체육 브랜드, SSG닷컴 입점 

7일 SSG닷컴은 영국의 식물성 대안육(대체육) 브랜드 ‘린다 매카트니’가 만든 버거, 미트볼, 소시지롤 등 상품 4종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린다 매카트니는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 아내가 자신의 이름을 따 1991년 론칭한 브랜드로, 고기 대신 환원 대두 단백질을 사용한다.

현재 SSG닷컴 미식관에는 베러미트(신세계푸드), 풀무원지구식단(풀무원), 플랜테이블(CJ제일제당), 마이플랜트(동원F&B) 등의 비건 식품 브랜드가 대체육 상품을 판매 중이다. 임유정 SSG닷컴 온(ON) 전용식품팀 바이어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유명 브랜드의 대안 식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늘었는데 여전히 좁은 시장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에서 모델들이 신세계푸드의 대안육 ‘베러미트(Better Meat)’ 식물성 런천과 이를 활용해 만든 런천 튀김, 무스비 등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지난 1월 서울 광진구 이마트 자양점에서 모델들이 신세계푸드의 대안육 ‘베러미트(Better Meat)’ 식물성 런천과 이를 활용해 만든 런천 튀김, 무스비 등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신세계푸드

대체육은 콩·야채 등 식물을 가공해 만들거나(식물성 대체육),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만든다(재배육).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2009년 설립된 비욘드미트, 2011년 문을 연 임파서블푸드 등이 만든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푸드테크와 넷제로(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20년 이후 관련 상품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푸드, 풀무원, CJ제일제당 외에 오뚜기, 농심 등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물권을 강조하며 촉발된 패션업계의 비건 열풍도 국내 대체육 시장이 형성되는 데 한 몫 했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를 약 2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저변 확대 속도는 느린 편이다. 오픈서베이가 지난달 13~14일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6.4%)가량은 대체육을 먹어봤지만, 최근 3개월 내 먹어본 경우는 7.1%에 그쳤다. 대체육을 먹어 본 적 없는 사람 둘 중 한 명(55%)은 ‘맛이 별로일 것 같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대체육 경험자들은 맛과 향, 식감과 질감에 불만족한 경우가 많았다. 대체육을 먹어보긴 했지만 최근엔 먹지 않는다는 이들은 ‘맛과 향이 별로였다’(41.2%), ‘식감이나 질감이 별로였다’(37.9%)는 이유를 꼽았다.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에서는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의 주가는 2021년 엔 180달러에 육박했지만 올해는 7~8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농업협동조합은행 코뱅크(CoBank)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은 동물성 단백질과 비교해 파운드당 몇 달러씩 더 비싼 식물성 고기를 사는 걸 꺼린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상황에서는 가치 소비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고 저렴한 진짜 고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강식·해외 시장으로 영역 확대

미국 뉴욕의 한 마트에서 파는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패티와 소시지.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마트에서 파는 비욘드미트의 대체육 패티와 소시지.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대체육을 유통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최근 건강식의 개념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고 있다. 환경보호나 지속가능 식품의 의미를 강조하기 보다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섬유소와 비타민이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 본연의 강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이들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빠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13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2022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식량 안보를 위해 대체 단백질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는데 관련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체육과 비건 푸드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육성하고 있으며,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맛과 식감에 대한 아쉬움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꾸준히 기술을 확보하고 상품을 늘리다보면 국내외 시장에 안착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의 비건 식품 브랜드 식물성지구식단. 사진 풀무원

풀무원의 비건 식품 브랜드 식물성지구식단. 사진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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