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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꼭 각방 써라" 유명 여배우가 극찬한 '수면이혼'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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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남편 라이언이 코고는 소리는 전기톱 소리 같았죠. 자다가 제가 얼굴을 맞을 정도로 잠버릇도 고약했고요." 

결혼한 지 16년 된 작가 엘리자베스 피어슨(42)의 신혼 시절 회상이다. 엘리자베스는 "매일 아침 남편한테 화내며 기상하다 보니 부부 관계에도 금이 갈 뻔했다"면서 이들 부부의 삶을 극적으로 개선한 건 8년 전부터 해온 '수면 이혼'이라고 밝혔다.

이들처럼 미국에서 부부가 함께 살지만, 잠은 분리된 침대·침실에서 자는 수면 이혼이 유행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끔 또는 정기적으로 배우자와 떨어져 잠드는 이유는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엘리자베스는 WSJ에 "둘 다 업무상 꽤 자주 출장을 갔는데, 호텔에서 잠을 잘 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잠을 제대로 못 잤던 때는 집에서 함께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부부가 함께 살지만, 잠은 분리된 침대·침실에서 자는 수면 이혼이 유행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에서 부부가 함께 살지만, 잠은 분리된 침대·침실에서 자는 수면 이혼이 유행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발표된 미국 수면 의학회(AASM)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수면 이혼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27세~42세)에선 이 비율이 43%에 달했다. 43~58세(33%)와 59~76세(22%)도 각방 수면을 택했다. WSJ은 "미국 일부 가정에서는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코골이 방’을 따로 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캐머런 디아즈 “수면 이혼 추천”

할리우드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배우인 캐머런 디아즈(51)가 수면 이혼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 것을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내 침실에서, 남편은 남편 침실에서 자는데 괜찮았다"며 부부의 각방 생활을 이상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불을 공유하는 것: 더 나은 수면을 위한 모든 커플의 가이드'라는 책을 쓴 지은 수면 전문가 웬디 트록셀 박사는 WSJ에 "사실 지난 몇 세기간 부부가 따로 자는 문화가 있었다"면서 "1960년대 와서 서로 다른 침실을 쓰는 걸 두고 사랑도, 성관계도 사라졌다고 낙인찍는 현상이 생겨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캐머런 디아즈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수면 이혼을 추천했다. 디아즈는 남편 벤지 메이든(45)과 결혼한지 9년째로 2020년 첫째(딸)를, 올해 3월엔 둘째(아들)를 얻었다. 사진은 2016년 4월 5일 뉴욕에서 촬영된 모습. AP=연합뉴스

캐머런 디아즈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수면 이혼을 추천했다. 디아즈는 남편 벤지 메이든(45)과 결혼한지 9년째로 2020년 첫째(딸)를, 올해 3월엔 둘째(아들)를 얻었다. 사진은 2016년 4월 5일 뉴욕에서 촬영된 모습. AP=연합뉴스

해외 연구 "잠 못 잔 다음날 폭력성 증가" 

미국 등에서 수면 이혼에 관심이 높아진 건 그만큼 수면의 질이 낮아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면의 질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ASM 연구에서도 미국 남성의 55%가 항상 혹은 자주 푹 잤다고 느낀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3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31%의 여성들은 기상할 때 피곤하다고 답했으며 이유로 전날 밤 배우자의 코골이 등을 꼽았다.

비영리 의료 기구인 어드벤트 헬스의 셰드 아슬람 박사는 폭스뉴스에 "부부 중 한쪽이 무호흡증 등 문제가 있다면 양쪽 모두 수면이 부족할 수 있다"면서 "배우자 때문에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분노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잠을 설치고 나면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늘고, 가정 내 폭력도 수면의 질이 낮았던 다음 날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국제 수면·건강 박람회'에서 한 참관객이 전시된 침대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4회 국제 수면·건강 박람회'에서 한 참관객이 전시된 침대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버드대 맥린 병원의 정신과 의사 스테파니 콜리에 박사는 BBC에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면 이혼이 건강한 관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는 "제대로 쉬지 못하면 짜증이 많아지고, 공감 능력도 떨어져서 자주 다투게 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록셀 박사는 "매일 제대로 못 자면 뇌졸중·심혈관 질환·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수면 부족은 관용·공감·의사소통능력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그는 "따로 자는 것이 부부를 더 행복하게, 서로를 덜 원망하게 한다"며 "잠을 잘 자는 것만큼 건강하고 행복하며 섹시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수면 이혼'이 아닌, '수면 동맹'을 맺는다는 생각으로 임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스탠퍼드 수면 의학센터 임상 조교수인 로건 슈나이더 박사는 원만한 수면 이혼을 위해 취침 전후 의식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자기 전, 부부가 일과를 돌이켜보고 꼭 안아주고 각자 잠을 청하는 등 친밀감을 높여줄 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도 7일 중앙일보에 "같이 자면 오히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부부에게 수면 이혼을 권한다"면서도 사전에 부부가 충분히 대화한 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잠만 따로 자되 관계적 측면을 어떻게 보전·발전할지 부부가 대화해야 한다"면서 "각방을 써도 스킨십과 친밀한 부부관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는 "다만 고령 부부의 경우 기상전후 상대의 안부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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