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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웬 떡을 웬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글을 쓰면서 가장 헷갈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왠/웬’이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막상 사용하려면 어느 것이 맞는지 또 아리송해진다.

가장 헷갈리는 경우는 ‘왠지’ ‘웬지’다. 발음이 거의 같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답은 ‘왠지’다. ‘왠지’는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라는 뜻이다. “올해는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왠지 오늘은 달달한 것이 당긴다”처럼 쓰인다.

‘왠지’가 ‘왜인지’의 준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웬지’로 쓰지 않을 수 있다. ‘웬’은 ‘어찌 된’ ‘어떠한’을 뜻하는 관형사다. 관형사는 명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따라서 ‘웬’ 다음에는 반드시 명사가 온다. “이리 늦다니 웬 영문인지 모르겠다” “웬 걱정이 그렇게 많아” 등과 같이 사용된다.

그럼 ‘왠걸’은 어떻게 될까? ‘웬걸’이 맞는 말이다. ‘웬 것을’이 줄어 ‘웬걸’이 됐다. “웬걸 먹을 것을 이리도 많이 사왔냐?” “웬걸 사람이 이렇게 많이도 모였냐?” “안 먹던 술을 웬걸 그렇게 많이 먹었던지”처럼 쓰인다.

‘왠일’도 틀린 말이다. ‘어찌 된 일’이라는 뜻으로 원래 ‘웬 일’ 형태였겠지만 ‘의외’라는 의미의 한 단어로 취급해 ‘웬일’이 됐다. “웬일로 여기까지 다 왔니?” “이게 웬일이냐” “지각 한 번 없던 그가 결석을 하다니, 웬일일까?와 같이 사용된다.

‘웬 떡’ ‘웬 걱정’ ‘웬걸’ ‘웬일’ 등처럼 ‘왠지’ 외에는 모두 ‘웬’이라고 쉽게 생각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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