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최근 심정지 환자를 구조한 구급대원에게 수여하는 포상에 인원을 제한하면서 소방 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2일 소방청은 하트세이버 추천 인원을 출동 1건당 5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생명을 살린 구급대원 및 시민에게 수여되는 인증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이전까지는 따로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소방청 발표 뒤 응급대원 사이에선 “현장과 괴리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보통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구급대원 3명이 선착대로, 이후 3명이 후착대로 투입된다. 구급 장비를 갖춘 펌프차인 펌뷸런스까지 출동하면 10명 넘는 인원이 투입될 때도 있다고 한다. 서울소방본부 구급대원 A씨는 “직접 심폐소생을 하지 않는 운전원, 주변 통제와 지원을 맡는 인력 등은 추천 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소방본부 구급반장 B씨는 “이번 조치는 구급대원 간 팀워크를 해치는 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씨는 지난달 후착대 소속으로 한 심정지 환자를 살려냈다. 하지만 제한 조치에 따라 팀원 한 명을 제외하고 2명만 추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한다. B씨는 “팀원끼리 서로 빠지겠다고 하는데 이 상황 자체가 고통스럽다”며 “무 자르듯 점수를 매길 수도 없는 데다,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보상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일이 쌓이면 팀워크에 금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공무원이 이용하는 내부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달 25일 한 소방관은 “하트세이버 1건에 5명? 말이야, 방구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심정지 환자 살리기 위해선 시간이 생명이고, 운전원이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며 “누굴 빼고 누굴 넣으라는 거냐. 직원끼리 갈라치기 하는 건가”라고 적었다. 이 글에는 “이럴 거면 없애라”, “소방은 답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 등 비판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김길중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사무처장은 “금전적 보상도 없는 하트세이버를 받으려고 응급 활동을 하는 소방관은 없다. 격무에 시달리는 응급대원들의 작은 위안이자 보람이었던 하트세이버가 이제 사기를 꺾는 제도로 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실제 생명 소생에 기여한 대원을 선별해 수상의 명예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원 제한을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출동 1건당 평균 4.17명에게 하트세이버를 수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773명(1330건)의 소방관에게 하트세이버를 수여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영상, 폐쇄회로(CC)TV 등 명확한 증빙 자료가 있으면 초과 인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며 “앞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취지에 맞게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