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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는 것 봐서 지원 결정"…미국인 사망에 바이든 최후통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에 미국인까지 사망하자, 결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그간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4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전화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미국인을 포함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직원 7명이 숨졌다.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고 커비 보좌관은 전했다. 또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고통, 구호 요원들의 안전을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련의 조처를 발표하고 실행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행동을 평가한 뒤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결정될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커비 보좌관은 "향후 몇 시간 혹은 수일 내에 가자로 향하는 인도적 지원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것, 민간인과 국제 구호단체에 대한 폭력이 감소하는 것 등을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최후통첩'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커비 보좌관은 "지금 진행되는 방향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이스라엘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에 따라, 우리 자신의 정책 접근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미국이 취할 정책 변화가 무엇일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나,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외교적 지원 면에서 변화가 예상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행동의 변화를 보였는지를 수 시간 또는 수일 내에 평가해, 다음 단계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이 있는 가자지구의 병원을 폭격하고, 난민촌에 대한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밝히는 동안에도, 미국은 대규모 살상이 가능한 1000파운드급 이상의 폭탄을 판매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이어왔다. 외신들은 백악관이 이번 이스라엘군의 WCK 오폭으로 미국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불에 탄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을 한 소년이 바라보고 있다. 이 사고로 미국인을 포함한 WCK 대원 7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오폭으로 불에 탄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을 한 소년이 바라보고 있다. 이 사고로 미국인을 포함한 WCK 대원 7명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미국에 본부를 둔 WCK는 스페인계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가 2010년 세운 비영리단체로, 아이티 대지진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장까지 전 세계 재난 지역을 찾아가 피해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왔다.

커비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WCK 호송 차량과 구호단체 직원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확실히 흔들렸다"면서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려의 뜻을 밝혀야 할 때라고 강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이날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나서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전쟁 수행 방식을 크게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이 축소될 것"이라며 "우리가 봐야 할 변화를 보지 못하면 우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화 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오스틴 장관이 WCK 차량 공격에 대해 격분(outrage)을 표했다"고 밝혔다. 또 오스틴 장관은 오폭에 대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하는 한편,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갈란트 장관에게 촉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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