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태 46일 만에 만난 윤 대통령과 전공의, 이견 좁혀 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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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의과대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방문객들이 병원 내부를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4.04.02.

정부의 의과대학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방문객들이 병원 내부를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4.04.02.

“증원에 전공의 입장 존중” 윤 대통령 변화 시사

전공의 대표는 “미래가 없다” 속단하지 말기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만났다.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직후인 2월 19일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46일 만이다. 2시간20분 동안의 이번 회동은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2000명 규모에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뒤 전공의와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성사됐다. 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의료계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튼 건 다행이다.

양측은 그간 한 치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 왔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해 왔고, 윤 대통령은 최근 담화에서도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의사들을 비판했었다. 어제 만남에선 박 위원장이 전공의들의 의견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 등에 관해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박 위원장은 면담 직후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란 글을 올려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줬다. 양측의 증폭된 갈등이 한 번의 만남으로 극적 반전이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료 현장 상황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당장 응급 환자의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2일 충북 충주에서 넘어진 전신주에 깔린 70대 A씨가 여러 병원에 도움을 청하다 아홉 시간 만에 사망했다. 충북 보은에선 웅덩이에 빠진 33개월 여아가 상급병원 이송을 요청하다 숨졌다. 의료사태에 원인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지만, 사고를 당해도 응급수술을 받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확산돼 왔다. 지난 2일 마감된 인턴 임용 등록에서 서울대병원은 정원 166명 중 6명만 등록하는 등 의료인력 양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단의 대책이 안 나오면 이번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필수의료 인력 확보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회동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선 “밀실 만남”이란 비판이 나오지만, 양측 모두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한발씩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고집하지 말고, 의료계는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실을 인정해야 맞다. 그게 대화의 출발점이다.

어렵게 물꼬를 튼 논의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다 결실 없이 끝난다면 양쪽 모두 선거를 의식한 행보였단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총선 뒤엔 더 파국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과 의사들은 무엇보다 의료진이 계속 빠져나가는 병원을 보며 불안해 하는 환자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전공의들은 주치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자신의 환자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그 어떤 주장과 명분도 국민의 건강에 우선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