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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더 짓는다” LG엔솔, 7.2조 쏟아 美배터리 공장 착공

중앙일보

입력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 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초대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위축됐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북미 생산기지를 더 확장하며 주도권 경쟁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퀸 크릭에서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고 4일 밝혔다. 미시간 공장에 이은 LG에너지솔루션의 두 번째 북미 단독 공장이다. 2026년 가동 목표로 총 7조2000억원이 투입되며, 생산 능력은 연산 전기차 60만대 분인 53기가와트시(GWh)다.

LG엔솔 두 번째 美 단독 공장, ESS도 생산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퀸 크릭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착공식에서 관계자 및 주 정부 인사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LG에너지솔루션

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퀸 크릭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착공식에서 관계자 및 주 정부 인사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이곳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기차용 46시리즈를 생산할 예정이다. 46시리즈는 지름 46밀리미터(mm)의 원통형 배터리로 테슬라가 지난 2020년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규격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포함해 이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아직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제 양산에 돌입하면 글로벌 주요 배터리 제조사 중 가장 먼저 생산하게 된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4'에서 한 직원이 ESS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엑스포 2024'에서 한 직원이 ESS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곳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배터리 공장도 들어선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ESS는 저장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적이라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는 달리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은 세계 최대 ESS 시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는 동시에 전기차용 외에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생산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캐나다와 조지아·오하이오 주 등에 스텔란티스·현대차·혼다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북미 배터리 업체 중 가장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은 대부분의 이익을 그대로 해외 공장 건설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외부 차입도 활용 중이다. 최근 회사채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 측은 “추가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라며 자금 조달에 자신하고 있다.

불황에도 “5년 뒤 보고 달린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업황이 좋지 않은데도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현재의 배터리 수요 둔화가 일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 어렵다고 투자에서 속도 조절을 하면 5년 뒤에 가장 뒤쳐질 것이 뻔하다”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투자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삼성SDI도 지난달 “미국에 첫 배터리 단독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후발주자인 SK온도 막대한 설비 투자비 집행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문제는 돈이다. 당장 현금이 돌지 않는 상태라 경고음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S&P 신용 등급은 회사가 분할 설립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투기 등급(BB+)으로 강등됐다. S&P는 막대한 투자 부담과 이로 인한 재무 구조 악화를 신용등급 강등 사유로 들었다. 올해만 공장 신설 등에 8조원 가까이를 쏟아야 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빈약한 재무구조 속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며 SK그룹사 및 외부 차입 의존도 심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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