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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 여윳돈 50조원 넘게 줄어...고금리·경기 부진 여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 부진 여파로 가계 여윳돈이 50조원가량 줄었다.

4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2022년(209조원) 대비 50조8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보험·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 등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으로 여겨진다.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작년 가계의 여윳돈이 줄어든 데 대해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고, 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194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88조8000억원 줄어 2019년(18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의 국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전년 31조7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돌아섰다. 2013년(-7조원) 이후 가장 작다. 운용액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간 중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가계가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우량주에 집중하면서 절대적인 거래금액이 줄어들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금융기관 예치금, 보험 및 연금준비금, 채권도 운용액이 감소했다.

가계는 지난해 총 36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전년(74조50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자금조달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기관 차입(대출)이 66조1000억원에서 29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감소세를 지속했고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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