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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5.2조 쏟는다…美 첫 공장 인디애나주로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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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첫 반도체 공장부지로 중부에 위치한 인디애나주를 선정했다. 2028년부터 이곳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된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퍼듀대 등 인근 기관과 반도체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총 38억7000만 달러(약 5조2200억 원)다.

3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 주 웨스트라피엣 퍼듀 리서치파크에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용 메모리 패키징 생산기지 신설 사실을 밝히는 투자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퍼듀대

3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 주 웨스트라피엣 퍼듀 리서치파크에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용 메모리 패키징 생산기지 신설 사실을 밝히는 투자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퍼듀대

이날 퍼듀대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는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를 비롯해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 미 상무부 차관보, 조현동 주미 한국 대사, 유정준 SK그룹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등이 총출동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AI 시대가 열리며 각광받고 있는 HBM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AI칩 생산기지, 동아시아→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HBM을 엔비디아에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합류로 미국 내 AI 칩 공급망이 차곡차곡 완성되어 가는 모양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前) 공정 이후 반도체 칩을 후(後) 가공하는 공정을 일컫는다. 최근 초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공정이 끝난 칩과 칩을 서로 연결해 성능을 끌어 올리는 첨단 패키징 공정이 각광받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연결해 성능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후공정 패키징 기술력이 중요하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칩에도 첨단 패키징 기술이 사용된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공장 신설로 그동안 동아시아에 집중된 AI 칩 공급망이 미국으로 일부 이동하게 됐다. 엔비디아·AMD·인텔 등 미국 기술 기업들의 AI 칩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첨단 메모리 패키징 공장이 미국 내에 생겼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오랜 파트너이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도 미 애리조나에 2곳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HBM은 대만 TSMC 공장에서 최종 조립(패키징)된 이후 엔비디아에 전달됐다. SK하이닉스와 TSMC의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이뤄진다. 미 정부 관계자는 지난 2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내에서 더 발전된 기술의 칩을 생산하고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는 구상”이라며 “특히 AI 분야를 고려할 때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조금 내세워 반도체 공장 빨아들이는 美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26조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위치한 인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26조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AP=연합뉴스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제조기지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기 위해 칩스법을 제정하고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자금 지원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재 인텔이 195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됐고, 삼성전자(60억 달러 추정)·TSMC(50억 달러 추정)도 보조금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당장 칩스법과 별도로 주 정부 차원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SK하이닉스를 ‘엔비디아 파트너’라고 표현하며 인디애나주 정부 등으로부터 최소 6억 달러(약 8000억원) 이상의 지원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에릭 홀컴 주지사는 주 정부가 SK하이닉스에 세금 환급으로 최대 5억5400만 달러(7440억 원), 보조금 및 성과급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제공하며 퍼듀연구재단과 퍼듀대도 6000만 달러(800억 원) 상당의 부지 할인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주 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은 물론, 지역 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인디애나 주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등 첨단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인근에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퍼듀대는 미국 최초로 반도체 학위를 개설했다. 뉴욕·로스앤젤레스(LA)와 함께 미국 3대 대도시로 꼽히는 시카고가 위치한 일리노이 주와도 인접해 인재 수급과 인프라 구축이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분류된다.

칩스법 제정에 참여했던 토드 영 공화당 상원의원(인디애나)는 “SK하이닉스는 곧 미국에서 유명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인디애나는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SK하이닉스가 우리의 첨단기술 미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해 지난달 말부터 엔비디아 등에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신제품 HBM3E.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해 지난달 말부터 엔비디아 등에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신제품 HBM3E. 사진 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벤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국내 투자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20조원이 투자되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부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내년 3월 첫 반도체 공장(팹)을 착공해 2027년 초 완공하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라인도 건설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를 방문해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으로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 웨이퍼와 패키징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측은 “칩 다이(원형 웨이퍼를 이루는 낱개 사각형 칩) 부분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밝혔다. 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를 방문해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으로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 웨이퍼와 패키징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 측은 “칩 다이(원형 웨이퍼를 이루는 낱개 사각형 칩) 부분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밝혔다. 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디애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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