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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선관위…행안부 32개 몰카 찾을 때, 1개 찾았다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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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29일 대전 서구 갈마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될 사전투표소에서 서구청 직원들이 불법 카메라 탐지기계로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대전 서구 갈마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될 사전투표소에서 서구청 직원들이 불법 카메라 탐지기계로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 관리부실 논란에 또다시 휩싸였다. 지난달 28일 경남 양산시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있는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카메라가 적발되면서다. 선관위는 지난달 25일부터 홈페이지에 사전투표 장소를 공개했지만, 보안 강화와 같은 관리지침은 따로 두지 않았다고 한다.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구속된 유튜버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때도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사전투표소는 총 3565곳으로, 동사무소·학교ㆍ교회ㆍ체육관 등 공공기관부터 민간시설까지 다양하다. 마음만 먹으면 불법 카메라를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열린 공간이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예견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측은 “투표소에 있는 불법 카메라를 점검하도록 한 규정은 없었지만, 사전 투표 전날인 4일 투표소 시설을 점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천 곳에 달하는 투표소를 하루 만에 점검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십여 일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십여 일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비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선관위 사후 대처 방식도 납득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불법 카메라가 처음 적발된 뒤 행정안전부 측에 전화해 "각 지자체에 이런 문제를 알려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법 카메라 문제는 단순히 알려서 될 게 아니라 당장 점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이다. 행안부 측은 “전수 점검이 필요하니 각 지자체에 보낼 협조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날인 29일 선관위는 특별점검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후 행안부가 읍·면·동 사무소 등 공공건물 내 사전투표소 1966곳을 점검하고, 선관위가 공공기관·학교 등 나머지 1599곳을 해당 건물 소유주와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지자체 공무원을 총동원해 29일 하루 동안 불법 카메라 26개를 적발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전수 조사를 마쳤다”고 하면서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측은 “(지난 1일 기준)전수 조사로 찾아낸 카메라 수는 총 36개”라며 "여기에는 행안부와 경찰 등이 찾아낸 불법 카메라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행안부가 적발한 카메라는 총 32개, 경찰이 찾아낸 게 3개였다. 결국 선관위가 사전투표소 1599곳을 점검해 적발한 불법 카메라는 1개뿐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투표소를 점검을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한다.

선관위는 2020년 총선 이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여 왔다. 4년 전 총선 당시 투표했다고 발표한 인원과 실제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인원이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검거된 유튜버도 "사전투표 인원을 직접 세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진술했다. 선관위는 또 사전투표지에 투표관리관 도장을 투표소에서 직접 날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선관위는 불법 카메라 적발 사태에도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인다. 22대 총선 투표일은 코앞에 다가왔고,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 한다. 선관위가 지금이라도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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