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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손으로 알토란 활약…‘키움의 반전’ 만들어낸 김휘집

중앙일보

입력

슬라이딩을 하다가 생긴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김휘집의 팔꿈치. 고봉준 기자

슬라이딩을 하다가 생긴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김휘집의 팔꿈치. 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유격수 김휘집(22)의 오른손은 상처투성이다. 시범경기에서 주루를 하다가 다친 손날에는 500원 동전 크기만 한 흉터가 생겼고, 약지는 부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팔꿈치 한쪽을 뒤덮은 쓸린 상처가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한 곳이 없다.

병원 검진 결과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손가락이 다 나으려면 최소 6주는 쉬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김휘집은 “아픈 티를 내기 싫다”며 다시 방망이와 글러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개막 후 의기소침해있던 키움팬들에게 모처럼 승리라는 선물을 안겼다.

김휘집은 지난달 29~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3연전에서 마지막 날 만루홈런 포함 타율 0.250(12타수 3안타) 7타점 2득점으로 활약해 키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김휘집은 “손가락 하나 아프다고 해서 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가뜩이나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 빨리 뛰고 싶었다”고 웃었다.

김휘집은 올 시즌 출발이 좋지 못했다. 1차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쳐서 2차 전지훈련지인 대만으로 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바로 돌아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1군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해 훈련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또, 지난달 시범경기에선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가락을 접질려 다시 전력에서 이탈했다.

김휘집은 “다른 선수들은 주루할 때 꼭 벙어리장갑을 끼지만, 나는 평소 주루장갑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때도 타격장갑과 비슷한 스타일의 주루장갑을 꼈는데 슬라이딩을 하면서 손가락을 접질리고 말았다. 벙어리장갑이었다면 다치지 않았을 텐데 일반 주루장갑이라 부상을 막지 못했다”고 당시 장면을 떠올렸다. 이어 “병원을 가니 6주는 쉬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러면 개막 엔트리로 들 수가 없어서 ‘그냥 뛰겠다’고 했다. 오른손을 다쳐서 처음에는 송구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회복훈련을 하면서 감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핵심 외야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키움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약체로 분류됐다.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2약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개막 직후 3연패를 당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키움 내야수 김휘집. 고봉준 기자

키움 내야수 김휘집. 고봉준 기자

반전은 지난해 통합우승을 달성한 LG와의 맞대결에서 일어났다. 1차전은 0-3으로 내줬지만, 2차전과 3차전을 각각 8-3과 8-4로 잡으면서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중심에는 김휘집이 있었다. 2차전에서 7번 유격수로 나온 김휘집은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2루에서 우중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어 3회에는 2타점 중월 2루타를 추가해 키움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 3차전에선 3-0으로 앞선 7회 무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좌월 만루홈런을 때려내 수훈선수가 됐다. 김휘집은 “4연패를 하다가 홈에서 연승을 챙겨서 기분이 좋다. 아직 타격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은데 운 좋게 장타가 계속 나왔다. 이 기운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신일고를 나온 김휘집은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9순위로 키움의 선택을 받았다. 높은 순번이 말해주듯이 고교 시절부터 장타력을 지닌 유격수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또,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했던 김하성의 뒤를 이을 차세대 내야 야전사령관으로도 많은 기대를 받았다.

김휘집. 연합뉴스

김휘집. 연합뉴스

지난해에는 4번타자로도 중용될 만큼 홍원기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김휘집은 최근 연이은 부상으로 주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신인 이재상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개막 유격수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후배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휘집은 “(이)재상이는 나이답지 않게 특유의 당참이 있다. 주눅 들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해내더라. 3년 전 나와 비교해보면 과감함이 두드러진다. 당분간 재상이와 좋은 경쟁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김휘집은 “이제 프로 4년차가 됐다. 어린 나이도 아니다”면서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지만, 올 시즌에는 특히 간절함이 커졌다. 특히 주변에서 ‘키움이 약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간절한 마음이 더욱 커진다. 올 시즌에는 팬들에게 지난해보다 더 많이 쾌감을 드릴 수 있도록 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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