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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있는 짝수 해에 일난다"…강원 '산불 징크스'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인근 산에서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전력설리 인근에 있는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속초시]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인근 산에서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전력설리 인근에 있는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속초시]

산불 위험지역 3곳 140그루 제거 

지난달 29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 야산. 굴삭기 한 대가 파란색 천이 묶인 나무를 집게로 잡자 기계톱을 든 산림조합 관계자가 자르기 시작했다. 한쪽에선 바닥에 떨어진 나무를 차곡차곡 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자른 나무는 48그루. 파란색 천을 묶어놓은 나무는 전력설비에 인접해 쓰러지면 전선 단선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목이었다.

속초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강릉시 난곡동 도심형 산불이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끊는 바람에 생겼다"라며 "예방차원에서 전력설비 주변 고위험군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속초시는 이달 말까지 산불 위험지역 3곳에서 총 140그루를 제거할 방침이다.

‘선거 있는 짝수 해 산불징크스’를 안고 있는 강원지역 자치단체가 오는 10일 총선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18년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117㏊가 잿더미로 변했다.[연합뉴스]

2018년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117㏊가 잿더미로 변했다.[연합뉴스]

드론감시단 매일 드론 띄워 소각행위 감시 

실제 강원 동해안에 건조특보가 내려진 지난 1일 오후 1시7분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비상이 걸렸다. 삼척시와 산림·소방 당국은 헬기 2대와 진화차 19대, 진화대 등 인력 116명을 투입했다. 이날 불은 다행히 50여분 만에 꺼졌다.

앞서 삼척시는 선거 있는 짝수해 산불 징크스를 깨기 위해 산림사업체 관계자 등 10명으로 산불방지 드론감시단을 만들었다. 드론감시단은 지난달 중순부터 등산로와 고지대에서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27일엔 신기면, 28~29일엔 가곡면에서 드론을 띄워 산림 인접 지역에서 소각행위를 점검했다. 삼척시 산림과 백성필 주무관은 “통계적으로 선거가 있는 짝수해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고지대는 감시카메라가 없어 원인을 못 밝히는 경우가 많아 드론감시단 만들게 됐으며 하루 1번 이상 소각 행위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강원도, 담수량 3000L 대형 헬기 도입 

강원도 역시 대형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불 발생 초기 진압력을 높이기 위해 대형 헬기를 새로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대형 헬기는 ‘카모프 Ka-32A’ 기종으로서 담수량은 기존 보유 헬기의 2배가 넘는 3000L급이다.

이 헬기는 물탱크가 항공기와 한 몸이어서 물 버킷을 사용하는 헬기보다 안전하고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강원도는 2025년 다목적 소방헬기를 도입하기 전까지 이 헬기를 2년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김창규 강원도 산림환경국장은 “대형산불 없는 한해를 만들기 위해선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산불예방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거 있는 짝수 해 산불징크스는 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 4월 시작됐다. 당시 고성군 죽왕리 산불로 3762㏊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16대 총선이 있었던 2000년 4월에도 산불이 발생해 동해안 2만3794㏊가 불에 탔다.

강원 삼척시는 지난달 18일 선거 있는 짝수해 산불 징크스를 깨기 위해 산불방지 드론감시단을 만들었다. [사진 삼척시]

강원 삼척시는 지난달 18일 선거 있는 짝수해 산불 징크스를 깨기 위해 산불방지 드론감시단을 만들었다. [사진 삼척시]

봄철 양간지풍 영향 대형산불 잦은 편 

17대 총선이 있었던 2004년에는 속초 청대산과 강릉시 옥계면에서 산불이 났다. 2006년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포도립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강릉 죽헌·난곡·유천동에서 산불이 속출했다. 2018년 2월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산림 117㏊가 잿더미로 변했다.

한편 동해안지역은 봄철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 불리는 강풍 영향으로 대형산불이 잦은 편이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고온 건조한 데다 소형 태풍에 버금갈 정도로 풍속도 빠르다. 이 때문에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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