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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의 통화 정책은 카오스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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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남규 기자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헤철 전 리치먼드FRB 정책고문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연방준비제도(Fed)의 진정한 역사가.’

로버트 헤철(Robert L Hetzel) 전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정책고문)의 별명이다. 그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한테 경제학을 배운 뒤 2018년 퇴직할 때까지 43년 동안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자로 일하면서 통화정책 분수령마다 핵심 인물을 인터뷰한 음성 파일(Robert Hetzel Oral History Collection)이 세인트루이스 준비은행에 보관돼 있을 정도다.

파월, 선제적 금리 대응은 자제
일단 ‘지켜보기’ 원칙 수립한 듯
통화 정책 프레임 밝히지 않아
금리인하 시점 예단은 힘들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연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 인하 조건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9일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연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 인하 조건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그의 첫 저서인 『Fed의 통화정책 역사(The Monetary Policy of the Federal Reserve: A History)』는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힌다. 이런 그가 2022년 『Fed: 새로운 역사(Fedderal Reserve: A New History)』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는 제롬 파월이 이끄는 현재 Fed가 어떤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미 통화정책 진화과정을 기준으로 알아보기 위해 그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요즘 Fed, 볼커-그린스펀과 달라

『Fed: 새로운 역사』에서 강조한  ‘통화표준(Monetary Standard)’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통화표준이라고 하니 금본위제 또는 은본위제, 종이돈 체제 등을 떠올릴 수 있는데, 나는 통화정책 레짐(regime)으로 그 말을 사용한다. 한 시대 통화정책 프레임이기도 하다. 좀 더 쉬운 말로 하면 통화정책의 패턴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데, 이게 통화표준이다.”
그렇다면 현재 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의 통화표준은 무엇인가.
“파월의 통화정책 프레임이 무엇인지 말하기에 앞서, 최근 프레임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8월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에서 흥미로운 결정이 이뤄졌다. Fed가 인플레이션이 추악한 얼굴을 들기 전에 기준금리를 먼저 올리는 ‘선제적 인상(preemptive increases)’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말인가.
“선제적 인상 또는 선제적 대응은 1980~90년대 Fed를 이끈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 시대의 통화표준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대침체 시기에도 선제적 대응의 원칙은 유지됐다. Fed가 옐런 의장 시절인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전격적으로 0.5%로 인상했는데, 그 배경에는 선제적 대응원칙이 있었다.”

파월 긴축 지연은 실수 아냐

왜 파월이 2020년 선제적 대응을 접었을까.
“팬데믹 때문에 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특히 미국 내 소수민의 일자리가 아주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다 2015년 선제적 긴축에 대한 반성이 더해졌다. 당시 옐런 의장이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지도 않은 2015년 12월 대침체 종료가 미심쩍은 상황에서도 선제적 대응이란 통화표준을 지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올렸다고 파월은 봤다.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파월은 대안적인 표준을 선택했다.”
어떤 표준인가.
“평균적 인플레이션 타기팅(Average-Inflation Targeting)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물가가 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다고 하더라도, 2%를 밑돌았던 시기까지 합산해 계산하면 평균적인 물가상승률은 2%를 밑돌 수 있다. 그만큼 Fed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로버트 헤철

로버트 헤철

헤철의 말을 듣고서야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2021년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때 파월 등은 “최근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지켜봤다. 기자가 인터뷰한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결같이 “파월의 판단 착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헤철에 따르면 파월의 ‘지켜보기’는 2020년 이후 세팅된 통화정책 프레임의 일환이었다.

파월 정책 기조는 안갯속

그렇다면, 2024년 현재 파월의 통화정책 프레임은 무엇인가. 선제적 금리 인하가 아니라 2020년 프레임에 따라 평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근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가.
“파월이 평균 인플레이션 타기팅이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현재 디스인플레이션(긴축으로 물가를 내리는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파월이 기준금리를 2022년 3월 올리기 시작했을 때까지 지켜보던 모습이 인하 시점을 잡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만약 파월이 2020년 통화정책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기준금리 인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파월이 평균 인플레이션 타기팅이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이라고 말했는데, 파월이 평균 인플레이션 타기팅을 유지하고 있는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말인가.
“통화표준에는 소통이란 개념도 들어 있다. Fed가 ‘우리는 이런저런 프레임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분명하게 해야 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통화정책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파월이 무엇을 하려는 알 수 없다. 시장 참여자의 대응도 분명치 않다. 카오스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최적의 통화표준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일치가 없다. 이런 때 Fed는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이나 고용 창출 어느 것도 달성하기 어렵다.”

◆로버츠 헤철=미국 시카고대 학부를 졸업한 뒤 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을 쓸 때 밀턴 프리드먼의 지도를 받았다. 1975년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에 들어가 경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재에 대한 정책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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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터뷰는 더중앙플러스 글로벌머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www.joongang.co.kr/article/25238301#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