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우리 정부가 여러분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지만, 그 책임이 저에게 있진 않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지원 유세에서 “제가 여러분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97일 동안 어떻게든 바꾸지 않았느냐”며 “저는 큰 상처를 입어도 바꿔야 한다면 바꿨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 조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본인 역할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과는 거리를 둔 발언이다.
한 위원장은 이어 “저는 억울하다. 정치를 시작한 지 100일도 채 안 된 저에게 기회를 주신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제가 이렇게 사라지게 두실 거냐. 저를 일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유세에서는 “정부·여당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말해달라. 제가 책임지고, 목숨 걸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창원 지원 유세에서 “억울하다. 기회를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전날 한 위원장은 경기 성남 유세에서 “누군가는 이번 선거에서 저 한동훈을 보고 찍어줘 봤자 나중에 쫓겨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수세라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며 ‘한동훈 책임론’이 고개를 들자 이에 대한 반박이었다.
4·10 총선을 9일 남긴 이날 한 위원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부산 10개 선거구와 경남 6개 선거구를 돌았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지원 유세를 하는 강행군이었다. 특히 그는 1992년 프로야구에서 롯데가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한 투수 염종석을 가는 곳곳마다 꺼냈다.
그는 부산 영도구 유세에서 “염종석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다 소진된 탓에 1992년 같은 기량을 다시 이뤄내지 못했다”며 “저는 염종석처럼 올 한해 다 소진되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남구 유세에선 “염종석처럼 저희는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해운대구 유세에서 “이재명·조국 대표가 정치하고,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건 자기가 감옥에 안 가기 위한 것”며 “그런 범죄자를 이 혼탁한 정치판에서 치워버리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거론하며 “‘깡패들 싸움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재명·조국 대표는 명분 없이 자기가 죄짓고 처벌받으니 대한민국에 복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제구 유세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쓰레기 같은 형수 욕설을 한 다음에 국민께 미안하다며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국민의힘이 읍소작전을 시작했다. 악어의 눈물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을 받아친 것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할 것을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한다”고 했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는 일반과세(10%)와 달리 세율이 1.5~4%로 낮다. 이 밖에도 ▶코로나 손실보상지원금 환수 유예 및 장기분납 ▶고용보험 임의가입을 통한 자영업자 육아휴직급여 지급도 약속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1.1%(2022년 기준)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많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한 위원장이 지키지도 못할 총선용 급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