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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교육 불가” vs “3년이면 시설 확충” 의대증원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왼쪽)가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충북대 의학대학 해부학 실습실에서 교육 여건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왼쪽)가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충북대 의학대학 해부학 실습실에서 교육 여건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대 의대 “실습실 8개→30개…공간 없어” 

1일 충북 청주에 있는 충북대 의과대학 1층 실습실. 13.2㎡(4평) 크기 방 안에 진찰용 테이블과 환자가 앉는 이동식 의자 1개가 놓여있었다. 학생 5~6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의대 교수가 모의환자(SP·Standardized Patient)를 놓고 진찰하는 모습을 본과 3·4학년 학생들이 관찰하며 실습할 수 있다. 벽에 폐쇄회로TV(CCTV)를 달아 학생이 배운 대로 진료를 잘하는지 교수가 되돌려 볼 수도 있다. 이런 방이 8개가 있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심장내과)는 “방 8개에서 본과 2학년 일부 수업과 의사시험을 준비하는 3·4학년 수업을 돌아가며 하고 있다”며 “실습 시간이 부족해 오후 9시~10시에 배정받는 학생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의대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면, 실습실도 최소 30개로 늘려야 한다”며 “그만한 공간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수업을 진행할 교수와 실습실을 채울 교육 기자재를 넣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충북대 의대는 신입생 정원이 49명인 ‘초미니 의대’다. 정부는 2025학년도 충북대 의대 정원을 4배 이상 늘어난 200명으로 배정했다. 충북대병원ㆍ의대 교수들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49명에 맞춰진 강의·실습 여건을 최소 3년 안에 확 늘릴 수 없다는 이유다. 적정 증원 수준에 대해 “80명이 한계”라고 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왼쪽)가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충북대 의학대학 교육 여건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왼쪽)가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관련 충북대 의학대학 교육 여건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800병상 병원에 의대정원 200명…교육 불가능” 

비대위는 이날 충북대 의과대학 안에 있는 환자 진료·내과 치료 실습실, 강의실 등을 공개했다. 해부학 실습실에는 해부용 시신 실습대 10개가 있었다. 충북대 의대는 본과 1학년 1학기부터 일반 해부학과 신경 해부학을 배운다. 시신 한 구를 놓고 학생 6~7명이 한 조가 되어 2개월 동안 실습한다. 배장환 교수는 “충북대 의대가 한 해 확보하는 시신이 10~12구”라며 “시신 기증 수가 제한돼 있음에도 정원이 4배로 늘면 실습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본과 3학년부터 진행하는 병원 실습도 어렵다고 했다. 배 교수는 “충북대병원 병상은 800병상으로 긴급 후송 환자를 대비해 통상 720병상을 운영한다”며 “의대 입학 5년 차, 본과 3학년부터 병원 실습을 나오는데 학생 1명이 환자 15명을 치료하며 교육받는다. 정원이 4배로 늘면 지금 병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의대별 정원 정부 발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의대별 정원 정부 발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충북대 “400억원 투자하면 200명도 가능” 

반면 충북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충북도는 인력·시설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정원이 늘어도 의학 기초를 쌓는 의예과 2년, 실습 빈도가 적은 본과 1년까지 최소 3년 정도 시간이 있다”며 “지자체가 예산을 보태 이 기간 실습실과 강의실을 넓히고, 교수를 추가 채용하면 의학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충북대도 같은 생각이다. 충북대 측은 “지금 있는 공간에서 200명을 교육하는 게 아니다”라며 “공간 확장에 150~200억원, 실습 장비 구매에 50~80억원 등 400억원가량을 투입하는 등 실습실을 늘리면 200명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8일까지 입학정원을 증원한 32개 의대를 대상으로 교육여건 현황과 향후 계획을 파악하기 위한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차별로 필요한 강의실과 실습실 신설 증축 여부, 추가 채용해야 하는 교수 인력 등을 조사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경북대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대학별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원·시설·설비·기자재 등 교육여건 개선을 포함한 의대교육 발전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대학에서도 증원 규모와 특성을 반영해 의학 교육 질 확보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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