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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신 뜨는 멕시코…폭스콘, AI 하드웨어 공장 부지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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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만 폭스콘은 지난 2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서부 할리스코주(州)에서 2700만 달러(약364억원)를 들여 토지를 구입했다. 이곳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AI(인공지능) 하드웨어를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폭스콘은 지난 2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서부 할리스코주(州)에서 2700만 달러(약364억원)를 들여 토지를 구입했다. 이곳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AI(인공지능) 하드웨어를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의 부품 제조 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잇따라 멕시코로 옮기고 있다. 협력 관계인 미국 빅테크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이들 대만 업체들에게 '중국 밖 생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은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를 선택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콘은 지난 2월 '멕시코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서부 할리스코주(州) 토지를 2700만 달러(약 364억원)에 매입했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폭스콘은 지난 2009년 미국 샌디에이고와 국경을 맞댄 멕시코 티후아나의 소니 공장을 인수해 반도체 부품을 생산해왔다. 이어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6억900만 달러(8217억원)를 투자해 추가 공장 설립에 나서고 있다.

WSJ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공장에서는 아마존과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을 위한 AI 하드웨어 생산이 주를 이룰 것"이라 전했다. 서버나 스토리지(저장) 시스템, 냉각·연결 장치 등 AI 하드웨어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요소다. 폭스콘을 비롯해 인벤텍, 페가트론 같은 대만 업체들이 전 세계 생산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밖 투자, 美 빅 테크 '특별 요청 사항' 

대만을 대표하는 이들 부품 제조사들이 멕시코로 향하는 이유는 델(Dell)과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같은 미국의 주요 서버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협력 업체에 일부 서버 및 클라우드 컴퓨팅 장비 생산을 동남아시아와 멕시코로 이전하는 등 공급망 다양화를 요구하고 있다.

WSJ은  "AI 장비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약 15년 전 스마트폰이 출시됐을 때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스마트폰과 부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폭스콘의 경우 중국 정저우에 아이폰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대만 폭스콘의 중국 제조 공장에서 생산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만 폭스콘의 중국 제조 공장에서 생산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멕시코, 낮은 관세 '매력' 

멕시코는 대만 기업에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인건비 부담은 낮은 편이다. 지난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 발효 이후 낮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멕시코는 전 세계 50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상태다.

WSJ은 지난 2020년 USMCA 발효 이후 중국에서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멕시코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AI는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멕시코가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있는 첨단 제조 분야 중 하나"라고 전했다.

멕시코 산업계도 고무돼 있다. 멕시코 경제인연합회의 프란치스코 세르반테스 회장은 "이런 흐름은 향후 10년간 멕시코의 산업 구조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제조기업의 탈중국, 멕시코 행이 가속화되면서 현재까지 멕시코에 진출한 대만 기업은 300곳에 달한다. 고용 인원도 7만명이 넘는다. 대만·멕시코 간 교역 규모는 150억 달러(20조원) 수준이다.

멕시코 티후아나에 자리한 폭스콘 공장 전경, 사진 티후아나 시 홈페이지 캡처

멕시코 티후아나에 자리한 폭스콘 공장 전경, 사진 티후아나 시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치안 불안과 낮은 근로 의지는 기업엔 '넘어야 할 산'이다. 멕시코에서 갱단이 칩이나 주요 장비를 강탈해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대만 기업 관계자는 WSJ에 "멕시코 근로자는 중국 근로자보다 장시간 초과 근무를 하려는 의지가 덜하다"며 "USMCA 협정에 명시된 노동법을 따르면서 멕시코 노동조합과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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