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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성 계속 따라가면 2531년 사토 씨만 남아" 日 부부동성제의 그늘

중앙일보

입력

약 500년 후인 2531년, 일본인의 성(姓)은 모두 '사토(佐藤)'가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은 결혼하면 남편과 아내가 같은 성을 써야 하는 '부부 동성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다수 아내가 결혼 후 남편 성을 쓰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아내 쪽 성이 줄어들어 결국 한국의 김(金) 씨처럼 현재 일본인에게서 가장 많은 성인 '사토' 하나만 남게 된다는 분석이다.

약 500년 후인 2531년, 일본인의 성(姓)이 모조리 한국의 김(金)씨와도 같은 '사토(佐藤)'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남편과 아내의 성이 같아지는 '부부동성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아내의 성이 남편 성을 따라가면서 아내 쪽 성이 없어진 결과, 일본인의 성이 하나로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농구부 전원이 사토가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사토' 성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농구단의 모습. 띵크 네임 프로젝트 홈페이지

약 500년 후인 2531년, 일본인의 성(姓)이 모조리 한국의 김(金)씨와도 같은 '사토(佐藤)'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남편과 아내의 성이 같아지는 '부부동성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아내의 성이 남편 성을 따라가면서 아내 쪽 성이 없어진 결과, 일본인의 성이 하나로 굳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농구부 전원이 사토가 될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사토' 성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농구단의 모습. 띵크 네임 프로젝트 홈페이지

1일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도호쿠대 고령 경제 사회 연구 센터의 요시다 히로시(吉田浩)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요시다 교수는 "부부동성제 하에서 결혼이 반복되면 현재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인 '사토'(전체의 1.5%)만 남게 된다"는 가설을 세워 검증했다. 인구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결혼·이혼·출생·사망 등에 따른 성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사토의 비율은 2022~2023년 1년간 0.83% 증가했다.

이대로 부부 동성제를 유지하면서, 매년 이 비율로 사토 성을 쓰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446년 일본인의 50%가, 2531년 100%가 사토 성을 쓴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성을 쓰는 부부 별성제가 도입되면, 저출산으로 일본 인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성의 다양성은 거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부부 별성 운동을 하는 사단법인 '내일' 프로젝트가 도호쿠대에 의뢰해 이뤄졌다. 요시다 교수는 "일본인이 모두 사토가 되면, 성 대신 이름·번호로 부르게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세상은 훌륭하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매년 약 50만쌍이 결혼하는 가운데,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면서 그만큼 성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 문제까지 겹쳐 상당수의 성이 없어질 처지다. 성명 연구가 다카노부 유키오(高信幸男)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에는 성이 약 13만개 있었지만, 현재 5만개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다카노부 연구가는 “성을 물려받을 자녀가 태어나지 않으면서 성을 남기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부부별성' 위헌소송…역대 3번째 

일본에서 '부부는 결혼하면 남편 또는 아내 성을 따른다'는 부부 동성제는 1898년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부부 중 한 명의 성을 따르면 되지만, 95% 이상이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여성은 결혼 전후로 성이 바뀌어 직장 생활 등에 불편을 겪게 된다. 또 이혼하면 원래 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등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일본에선 부부 동성제에 대한 위헌 소송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달 8일 부부 6쌍이 정부를 상대로 '부부 별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부 동성 위헌 결정을 위한 세 번째 도전"이라면서 "불평등을 영속화하고 개인적,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100년 된 관습에 대한 법적 도전"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15년과 2021년 일본 최고재판소(한국 헌법재판소격)는 부부 동성이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만일 이번에 부부동성제에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국회에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일본에서 '부부는 결혼하면 남편 또는 아내 성을 따른다'는 부부동성제는 1898년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부부 중 한 명의 성을 따르면 되지만, 95% 이상이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 구조다. 일본 도쿄에서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의 모습. AP=연합뉴스

일본에서 '부부는 결혼하면 남편 또는 아내 성을 따른다'는 부부동성제는 1898년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부부 중 한 명의 성을 따르면 되지만, 95% 이상이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 구조다. 일본 도쿄에서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의 모습. AP=연합뉴스

현재 판례는 원고 측에 불리하지만, 최근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부부 별성제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 연합회)은 올 상반기 안에 정부에 부부 별성제 도입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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