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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하락에 해운동맹 재편까지…생존전략 짜는 해운업계

중앙일보

입력

LA항의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LA항의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홍해발 물류난이 소강 국면을 보이면서 반짝 상승했던 국제 해운 운임이 다시 떨어지고 있다. 여기다 글로벌 해운 동맹 구도가 재편되면서 국내 해운사들은 수익성 확보와 미래 먹거리 선점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홍해발 해운특수 끝났다

3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해운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운임지수 하락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발표한 한국형 컨테이너운임 지수(KCCI)는 7주 연속 하락세다. 해진공이 지난 25일 발표한 KCCI는 일주일 전보다 3.16% 하락한 2326을 기록했다. 고점이던 지난달 5일 2831과 비교하면 17.8% 떨어진 수치다. 상하이운임지수(SCFI) 역시 전 주 대비 2.28% 감소한 1732.57로 나타났다. 6주 연속 하락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홍해발 물류 사태에 따른 해운 특수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해운사들이 과도하게 공급을 늘리면서 운임 하락을 이끌었다. 홍해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선사와 화주들은 현재 상황에 익숙해졌다.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가 굳어진 것도 운임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홍해 위기가 해결되고, 수에즈운하 항로가 다시 열리면 해운 운임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운 동맹 재편, 한국 HMM은

글로벌 해운 동맹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점도 국내 해운사들엔 부담이다. 동맹을 맺으면 전 세계로 가는 해운 서비스 항로를 공유해 더 많은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초대형 선박을 함께 사용하면서 건조 비용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 동맹은 크게 3개로 나뉜다. 2M(MSC·머스크)과 오션(CMA CGM·코스코·에버그린), 디 얼라이언스(하팍로이드·ONE·HMM·양밍)다.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은 내년 해체를 공식화한 바 있다. MSC는 독자 노선을 택했고, 머스크는 하팍로이드와 새롭게 ‘제미니 협력’을 맺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다른 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는 해운 동맹 기한을 5년 더 연장했다. 문제는 디 얼라이언스에 속한 HMM이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새로운 해운 동맹을 만들기로 하면서 디 얼라이언스의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 내부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업 확장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해운 침체기에 동맹 구도 변화까지 맞은 해운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HMM은 장기 운송 계약 확대와 고수익 화물 개발을 올해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김경배 HMM 대표는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초대형선 비율이 선복량 기준 78%로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규모의 경제와 함께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글로벌 해운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성장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팬오션은 사업 다각화를 올해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팬오션의 사업 부문은 컨테이너선, 탱커선, 곡물 거래 사업 등으로 나뉜다. 기존 주력 사업인 벌크선 사업에 집중하면서 올해부터 도입할 LNG선 선대 확장, LNG 관련 사업 영역 확대로 이익 창출에 나설 방침이다.

팬오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LNG선 9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를 예상했다.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국내 해운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보다 해운산업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터미널, 물류 시설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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